ADVERTISEMENT

군인이 뽑은 순화 필요 용어에 ‘불입’ ‘짬찌’ 등…대망의 1위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인들이 순화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단어는 ‘촉수엄금’으로 나타났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중앙포토]

군인들이 순화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단어는 ‘촉수엄금’으로 나타났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중앙포토]

군대에서 사용되는 은어와 낯선 한자어 가운데 군인들이 순화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단어는 ‘손대지 마십시오’를 의미하는 ‘촉수엄금’으로 나타났다.

‘깔깔이’ ‘뽀글이’ ‘말년’ 등은 #개선 필요성 별로 못 느껴

한글학회가 13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여는 국어학 학술대회를 앞두고 공개한 박재현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발제문에 따르면 박 교수는 군대 은어 26개와 낯선 한자어 12개를 선정해 군인들에게 사용빈도와 개선 필요성, 순화어의 수용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조사 결과, 군인들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단어를 수치화했을 때 1∼3위는 ‘촉수엄금’, 납부를 뜻하는 ‘불입’, 신병이나 계급이 낮은 군인을 부르는 ‘짬찌’였다. 불빛 가리기를 의미하는 ‘등화관제’와 빈 병을 가리키는 ‘공병’이 뒤를 이었다.

‘촉수엄금’과 ‘불입’은 순화어 수용 가능성 순위에서도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군인들이 이 어휘를 ‘손대지 마십시오’와 ‘납부’ 같은 순화어로 말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방상 내피인 ‘깔깔이’, 봉지 라면을 뜻하는 ‘뽀글이’, 전역 대기병을 지칭하는 ‘말년’은 개선 필요성과 순화어 수용 가능성 수치가 모두 낮았다.

개선 필요성은 높지만 수용 가능성은 낮은 단어도 있었다. 예컨대 군인들은 ‘뺑이 치다’를 개선해야 할 은어로 인정하면서도 순화어로 제시된 ‘고생하며 힘든 일을 하다’가 의미상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군대 은어는 무엇을 지칭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의사소통의 혼란을 초래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다”며 “상대를 낮춰 부르는 의미가 포함된 군대 은어의 사용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군대언어 외에도 청소년 언어, 직장언어, 행정기관 언어, 법령 용어, 학술 용어 등에 대한 주제 발표도 진행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