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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원짜리 미세먼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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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논설위원

정부는 지난달 26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여기에 17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17조원에는 정부 예산 7조2000억원과 지방비 2조원이 들어 있다.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늘리는 데 쓰인다.

기업 등 민간도 8조원을 부담해야 한다. 당장 석탄화력발전소 4곳의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는 데 1조원이 들어간다. 기업으로서는 질소산화물 배출부담금을 물고 오염방지시설도 개선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국가 예산이든, 기업 부담이든 17조원 모두 국민 부담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그만큼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추산한 게 있다. 대기오염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2024년 수도권 지역에서 연간 2만 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해 연간 12조3259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를 수도권 인구의 두 배인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부 대책과 같은 5년으로 계산하면 대기오염 비용은 대략 123조원이 된다. 배출량을 30% 줄이면 비용도 37조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에코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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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염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다. 만일 중국이 오염을 전혀 줄이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혜택은 절반인 18조5000억원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미세먼지 이슈를 한·중 정상회의 의제로 격상하겠다고 정부가 강조했고, 중국 스스로도 오염을 줄일 수밖에 없겠지만 30%까지 줄이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거칠게 비교한 것이지만 자칫 17조원만큼 혜택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기업이 비용 분담에 선뜻 동의할 만큼 정부 대책이 합리적인가 하는 점이다. 세부적인 면에서 정부 대책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도 많다. 가령 대기 중에서 반응하고 뭉쳐지는 2차 생성 미세먼지가 전체의 72%에 달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시민·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먼저 설득력 있는 대책이어야 한다. 형식만 번듯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권한을 가진 ‘민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