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없는데 잠실주공 5단지 15억에 사들인 70대...국세청 부동산 탈세에 추가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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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가정주부 A 씨는 특별한 소득이 없다. 그런데도 최근 재건축안이 사실상 서울시의 심의를 통과하며 가격이 뛰고 있는 서울 잠실주공 아파트 5단지를 15억원에 사들였다. 자금 원천이 불분명해 과세당국이 편법 증여를 의심하고 있다.
국세청이 부동산 가격 진정을 위해 세무조사 칼을 추가로 빼 들었다. 국세청은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및 다주택 보유자 중 탈세 혐의가 짙은 302명을 대상으로 변칙 자금 조성 및 양도소득세 탈루 여부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등 302명 대상 세무조사 실시 #소득 적으면서 고가 재건축 아파트 취득한 부동산 거래자 타깃 #다주택자, 공공택지 분양권 다운계약 작성도 조사 대상 #부동산 시장 안정위한 추가 조치

8·2 대책 발표 이전 호가(부르는 값)를 회복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중앙포토]

8·2 대책 발표 이전 호가(부르는 값)를 회복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중앙포토]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가 주 타깃이다. 박해영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부산 등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취득 자금에 비해 소득이 부족하거나, 변칙 증여 혐의가 있는 부동산 거래자를 선정해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30억원 대의 강남 반포 주공아파트를 저가에 물려받은 경우, 신고 소득이 적음에도 지난해부터 개포주공아파트·아크로비스타 등 총 32억원 상당의 아파트 3채를 취득한 성형외과 의사, 연봉이 수천만 원이고 다른 소득원이 없음에도 최근 11억원 상당의 둔천 주공아파트 입주권을 구매한 근로소득자 등이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소득이 높지 않은 다주택 보유자도 조사 대상이다. 뚜렷한 벌이가 없음에도 최근 4년간 서초ㆍ반포 등에서 주택 3채를 36억원에 구입한 사례가 국세청에 포착됐다. 최근 4년간 신고소득이 높지 않음에도 40억 원대의 주택을 취득한 임대사업자 역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밖에 공공택지 분양 취득권을 거래하면서 거짓계약서(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례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9일부터 주택 가격 급등 지역에서의 미성년 다주택 보유자와 다운계약 작성자, 불법 거래 유도 중개업자 등 286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세청이 기획 세무조사에 나선 건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관련 세금 탈루 여부에 대한 검증을 지속해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 등기 자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 자료 등을 활용해 양도소득세 신고 접수 즉시 내용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의적인 조세 회피가 확인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 세금을 추징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밀집 지역에 대해서는 조합원 입주권 불법 거래 등에 대한 현장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하기로 했다. 또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경기 과천, 성남 분당구, 세종, 대구 수성구 등) 에서 거래가액 3억원 이상 주택 취득자가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의 적정 여부를 정밀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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