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26일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다.
문 대통령의 ‘노란’ 넥타이가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과 노제 등 추모 현장은 지지자들이 들고나온 노란 모자와 노란 풍선으로 노란 물결을 이뤘었다.
10·4 남북정상선언은 노 전 대통령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체결한 만큼 문 대통령의 노란 넥타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축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고뇌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립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신 분입니다. 언제나 당당했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노란색은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도 챕터 제목으로 등장한다. ‘노란 선을 넘어서’란 제목의 챕터로, 노 전 대통령의 대북 철학과 10·4 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다룬 부분이다. 노란 선은 군사분계선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아무런 표시도 없던 군사분계선에 노란 선을 긋고 대통령이 직접 걸어서 넘어가도록 한 장본인이다. ‘북측과 이미 합의했다’는 허위보고까지 감행하며 노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이 노란 선 앞에서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 소감을 자신의 자서전에 그대로 옮기면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효과는 대단했다. 군사분계선을 노란 페인트 선으로 그어놓으니 더 극적으로 보였다. 결국, 그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10·4 정상회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