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969년엔 美 정찰기 격추했지만…"지금은 격추능력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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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작전 실시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올려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격추 협박을 하고 나선 가운데, 이에 대한 각종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외무상의 이날 발언을 놓고 "이번 위협은 평양과 워싱턴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가능한 무력 충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공포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 외무상의 격추 협박을 단순히 '말폭탄'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구재회 미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북한과 일종의 충돌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와 있다"면서 "우리가 이 길을 계속 간다면 우발적인 교전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북한이 미국의 정찰기를 격추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969년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미 정찰기를 미그 전투기로 격추시켰고, 1994년 미 육군 소속 헬리콥터를 격추시킨 바 있다. 같은 연구소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이 미국 비행기 격추에 대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며 "치킨게임을 하고 싶다면 북한은 게임을 같이 하기에 적합한 상대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과거처럼 북한이 실제 격추에 나서기엔 현실적인 한계들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오늘날 북한이 자신의 위협을 실행할 능력은 제한적"이라며 공군 전력 노후화와 훈련 부족, 연료 부족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미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도 "소련 시대에 머무르는 북한의 공군 전력은 미국과 동맹국에 별 위협이 안 된다"는 평가를 내놨다.

포린폴리시는 북한이 구소련 시절 만든 지대공 미사일 수천발과 자체 생산한 KN-06 지대공 미사일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전투기에 위협을 주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은 강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엄포를 통해 외부의 위협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실제 격추 성공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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