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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미국을 다스리겠다는 북한의 ‘불’ 뭘까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북한이 ‘불’(fire)로 맞붙고 있다. 북한이 지난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이) 화염(fire) 과 분노(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하자 이번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성명(21일)을 통해 “늙다리 미치광이를 불로 다스릴 것(dotard with fire)”이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에 북 연일 불로 다스릴 것 위협 #김정은의 직접 보복 언급 이후 어떤 식으로든 행동 이어질 가능성 우려 #북 외무상 "태평양 수소탄 실험"언급 속 #대기권 재진입, 장거리미사일 발사, 핵폭발 등 다양한 관측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 러시아 달려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조직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도 24일 “미국의 광신자들을 다스려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성명 이후 북한 언론들과 단체들은 연일 ‘불’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언급이나 표현은 북한 사회의 지침”이라며 “군사적 긴장 고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라는 표현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성명을 통해 대내외에 ‘보복’을 언급하고, 북한 내부적으로도 전국적으로 군중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등 어떤 식으로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3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을 맹비난하고 있다.[사진 유엔 웹TV캡쳐]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3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을 맹비난하고 있다.[사진 유엔 웹TV캡쳐]

①핵 투하능력 과시?= 북한은 ‘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이 간간이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실제 미국을 향한 핵무기 공격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 완성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미국에 비하면 초보 단계”라며 “실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주장한 뒤 한 달여 만에 방향을 틀어 괌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식으로 간접적인 무력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총회 연설차 뉴욕을 찾은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태평양에서의 수소탄 시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용호의 언급은 개인적인 견해라기 보다 북한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주변의 방사능 오염이나 선박 등의 피해를 감안하면 태평양 상공에서 실제 수소탄 탄두를 폭발시킬 수도 있겠지만 후폭풍을 고려하면 일단 미국이 그간 부정해온 대기권 재진입 또는 실제 핵탄두 대신 모의탄을 터뜨리는 등의 실험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여러장의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화성-14 실거리 사격) 또는 주변에 영향을 주지 않는 폭발력을 축소한 핵탄두를 무인도로 쏘거나 핵폭발시 발생하는 전자기파를 이용한 EMP(전자기펄스) 탄을 실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지난 7월 4일 평북 방현 인근에서 최고정점고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줄이는 방식(고각발사)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7월 4일 평북 방현 인근에서 최고정점고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줄이는 방식(고각발사)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②핵무기 확산 협박?= 무엇보다 미국과 ‘강대 강’으로 맞붙은 북한이 미국의 예민한 사안을 건드리며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핵무기 보유국 이외에 핵확산에 대해 미국이 극도로 민감해 하는만큼 자신들이 보유한 핵 기술을 반미 국가나 테러 단체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이용호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는 “미국의 비호를 받는 이스라엘의 갖은 악행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고 나라의 자주권과 안정을 수호하려는 수리아(시리아) 정부에 대해서만 각종 공격을 가하는 부당하고도 비열한 처사가 더는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스라엘에 재래식 무기로 맞서는 친북국가인 시리아를 언급한 것은 여차하면 시리아나 국제테러단체에 확산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③명분쌓기 나선 북= 노동신문 25일 세계 여러나라 정당들에 대미 항전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편지에서 “폭제의 핵에 정의의 핵보검으로 맞서야 한다”며 지지와 연대성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난 18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찾아 한반도 문제를 협의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이날 러시아를 방문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의 방러 일정이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파악된 게 없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속에서 러시아의 지원이나, 추가 도발시 러시아의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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