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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한밤 동해 출격 … NLL 넘어 북한 공해상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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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밤(한국시간) 미국 괌기지 B-1B 전략폭격기들이 주일 미 공군 F-15C와 함께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최북단 인접 지역까지 전격 출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괌서 출발, 주일 미군 F-15가 호위 #"21세기 들어 가장 북쪽으로 비행” #미군, 연합 아닌 독자 훈련 이례적 #"유사시 단독작전 가능성 보여준 것”

미 국방부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21세기 들어 어떤 전투기·폭격기보다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가장 멀리 북쪽으로 비행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군의 첨단 전략 자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코밑까지 날아간 것은 김정은을 겨냥한 전례없는 무력 시위로 볼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비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이 사방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걸 가만둘 수는 없다”고 경고한 뒤 이뤄졌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을 불과 서너 시간 앞두고서였다. 이번 B-1B 비행은 최근까지 있었던 한·일 공군과의 합동훈련과 달리 미군 단독 작전을 벌인 것과 미 국방부가 워싱턴에서 직접 비행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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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23일 밤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출발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들은 주일 미 공군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출발한 F-15C 이글 전투기의 호위 속에 북한 동해 공해상을 비행했다. B-1B 폭격기들은 임무 도중 KC-135 스트래토탱커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기도 했다.

화이트 대변인은 “이번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위협도 격퇴할 수 있는 많은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와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공군에 따르면 초음속 폭격기인 B-1B 랜서는 사거리 370~1000㎞에 달하는 최대 24기의 AGM-158A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JASSM)과 15기의 GBU-54 레이저 유도 합동직격탄(JDAM)으로 무장하고 있다. 특히 동해상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은 물론 평양 시내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24기의 2000파운드 GBU-31 합동직격탄(JDAM) 또는 500파운드 GBU-38 합동직격탄 등 참수작전에 필요한 정밀 타격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또 최대 84발의 500파운드 Mk-62 폭탄, 북한의 전차 수십 대를 한번에 파괴할 수 있는 CBU-87·89·97 센서 유도 집속탄 30기, CBU-103·104·105 풍향 수정 확산탄 30기도 싣고 있다. B-1B 랜서는 이런 가공할 만한 파괴력에다 백조를 빼닮은 기체 형상 때문에 ‘죽음의 백조’로도 불린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이번 B-1B의 출격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대북 압박”이며 “우리에게도 미 영토에 위협이 될 경우 한국 정부의 의견과 상관없이 단독작전이 가능함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만약 북한의 미사일이 괌이나 미 본토를 위협하면 주한미군 이외의 전력을 동원해 북한 김정은을 직접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군 관계자는 “과거에도 미 공군 전략자산이 북한 영공 인근까지 비행한 적이 있지만 그 사실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출신 윌리엄 매키니 예비역 대령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당시 항공모함과 폭격기 수십여 대를 동원했던 폴 번연 작전처럼 미국의 극단적인 무력시위에 북한이 물러선 적이 여러 번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도발 억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NSC 소집=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주재하면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부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철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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