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신성진의 소통방통(5) 웬만하면 '맞는 말' 하지 마라, 소통 방해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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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안 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맞는 말 때문이다. [사진 Stocksnap.io]

소통이 안 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맞는 말 때문이다. [사진 Stocksnap.io]

소통이 안 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맞는 말 때문일까? 틀린 말 때문일까?

'역사상 맞는 말하다 맞아 죽은 경우 많아' #상대가 원치 않은 충고 관계만 나빠지게 해

좀 황당한 질문 같지만 맞는 말이 소통을 막고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때가 많다.

“아빠, 내가 지금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아빠 때랑 다르다니까요….”
아들 녀석이 자기가 잘 아는 분야라며 잘못 알고 있는 아빠에게 지적하고, 아빠가 잘못 알고 있음을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말할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아들아, 역사상 말 때문에 맞아 죽거나 큰일을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맞는 말 하다가 당한 거야. 틀린 말은 고치면 되지만 항상 문제는 맞는 말이야. 맞는 말을 하면서 맞지 않는 게 중요해~” 그런데 사실은 아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맞는 말을 해야 할 때가 많아진다. 아들에게, 후배들에게 맞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들이 아빠에게 맞는 말을 싹수없이 할 때 뿐만 아니라, 누구나 맞는 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화가 나고 다시 대화하기 싫어진다. 그 사람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고 불편해진다. 당연히 소통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어설픈 충고·조언은 '독' 

충고와 조언은 오히려 관계를 해치고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사진 Pexels]

충고와 조언은 오히려 관계를 해치고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 [사진 Pexels]

꼰대들이 하는 맞는 말의 형태는 충고와 조언이다. 사랑을 가지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맞는 말이 충고와 조언이다. 그런데, 웬만큼 잘하지 않으면 충고와 조언은 관계를 해치고 소통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린 적이 있다.

“정말 애정을 가지고 충고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사실 걱정이 됩니다. 저는 좋은 마음으로 충고를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계만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질문에 물론 ‘정말 사랑한다면 충고를 하는 게 좋다’‘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듣는 사람의 몫이고 충고를 해줘야 한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다수는 ‘원하지 않는 충고는 하는 게 아니다’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다음에 충고는 원할 때 하고 참아라“는 조언이었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는 충고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결국 나는 그 충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사람과는 관계가 변하지 않았다. 가끔 이 생각을 하다보면 ’내가 비겁한가?’ ‘진짜 애정이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섣불리 다른 사람의 비즈니스에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은 것을 잘한 것 같기도 하다.

충고와 조언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충고와 조언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까? [사진 bigsmile]

충고와 조언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까? [사진 bigsmile]

충고와 조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생각과 느낌은 내 생각이나 감정과 다르다. 나에게는 문제로 다가오지만 상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충분히 느끼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충고와 조언을 던지는 행위는 전혀 무의미한 행위일 수도 있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언은 삼가는 것이 좋다.

맞는 말 제대로 하는 지혜

그러면 무조건 맞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필요할 때 적절한 조언과 충고는 회사를 살리고 사람을 위험에서 건질 수 있다. 단지 상대방이 기분 나쁠까봐 해야 할 조언과 충고를 무작정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1. 충고를 듣는 입장에서 정말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보라. 
맞는 말을 할 수는 있는데 듣는 입장에서 대안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라면 충고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듣는 입장에서 정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면 그것이 충고의 출발점이다.

2. 정말 사랑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이 충고를 하는 이유가 정말 사랑과 애정 때문인가? 아니면 지적질을 하면서 뻐기고 싶은 것인가? 일말이라도 애정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면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충고를 하기 전 먼저 물어보자. [사진 Freepik]

충고를 하기 전 먼저 물어보자. [사진 Freepik]

3. 물어보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조금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하려고 하는데, 해도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고 나면 비록 기분이 나쁘더라도 곧 회복될 수 있다.

참기 힘들 때가 있다. 맞는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거려 가만히 있기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말은 떠올리라. ‘요청하지 않는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맞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줄이는 게 좋다. 단지 고개를 끄덕여 주고, 공감해 주고, 손 잡아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쉽지 않지만 소통하고 싶다면,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지혜롭게 참는 연습을 더 하는 것이 좋다.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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