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안 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맞는 말 때문일까? 틀린 말 때문일까?
'역사상 맞는 말하다 맞아 죽은 경우 많아' #상대가 원치 않은 충고 관계만 나빠지게 해
좀 황당한 질문 같지만 맞는 말이 소통을 막고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때가 많다.
“아빠, 내가 지금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아빠 때랑 다르다니까요….”
아들 녀석이 자기가 잘 아는 분야라며 잘못 알고 있는 아빠에게 지적하고, 아빠가 잘못 알고 있음을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말할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아들아, 역사상 말 때문에 맞아 죽거나 큰일을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맞는 말 하다가 당한 거야. 틀린 말은 고치면 되지만 항상 문제는 맞는 말이야. 맞는 말을 하면서 맞지 않는 게 중요해~” 그런데 사실은 아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맞는 말을 해야 할 때가 많아진다. 아들에게, 후배들에게 맞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들이 아빠에게 맞는 말을 싹수없이 할 때 뿐만 아니라, 누구나 맞는 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화가 나고 다시 대화하기 싫어진다. 그 사람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고 불편해진다. 당연히 소통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꼰대들이 하는 맞는 말의 형태는 충고와 조언이다. 사랑을 가지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맞는 말이 충고와 조언이다. 그런데, 웬만큼 잘하지 않으면 충고와 조언은 관계를 해치고 소통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린 적이 있다.
“정말 애정을 가지고 충고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사실 걱정이 됩니다. 저는 좋은 마음으로 충고를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계만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질문에 물론 ‘정말 사랑한다면 충고를 하는 게 좋다’‘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듣는 사람의 몫이고 충고를 해줘야 한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다수는 ‘원하지 않는 충고는 하는 게 아니다’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다음에 충고는 원할 때 하고 참아라“는 조언이었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는 충고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결국 나는 그 충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사람과는 관계가 변하지 않았다. 가끔 이 생각을 하다보면 ’내가 비겁한가?’ ‘진짜 애정이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섣불리 다른 사람의 비즈니스에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은 것을 잘한 것 같기도 하다.
충고와 조언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충고와 조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생각과 느낌은 내 생각이나 감정과 다르다. 나에게는 문제로 다가오지만 상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충분히 느끼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충고와 조언을 던지는 행위는 전혀 무의미한 행위일 수도 있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언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면 무조건 맞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필요할 때 적절한 조언과 충고는 회사를 살리고 사람을 위험에서 건질 수 있다. 단지 상대방이 기분 나쁠까봐 해야 할 조언과 충고를 무작정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1. 충고를 듣는 입장에서 정말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해 보라.
맞는 말을 할 수는 있는데 듣는 입장에서 대안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라면 충고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듣는 입장에서 정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면 그것이 충고의 출발점이다.
2. 정말 사랑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이 충고를 하는 이유가 정말 사랑과 애정 때문인가? 아니면 지적질을 하면서 뻐기고 싶은 것인가? 일말이라도 애정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면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3. 물어보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조금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하려고 하는데, 해도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고 나면 비록 기분이 나쁘더라도 곧 회복될 수 있다.
참기 힘들 때가 있다. 맞는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거려 가만히 있기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말은 떠올리라. ‘요청하지 않는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맞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줄이는 게 좋다. 단지 고개를 끄덕여 주고, 공감해 주고, 손 잡아주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쉽지 않지만 소통하고 싶다면,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지혜롭게 참는 연습을 더 하는 것이 좋다.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