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풀린 핏불테리어에 물려 70대 다리 절단 … 개 주인 법정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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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핏불테리어.

핏불테리어.

사나운 개를 방치해 길을 지나던 70대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개 주인 이모씨(58·남)를 법원이 이례적으로 법정구속했다. 피해 여성은 맹견의 일종인 핏불테리어의 습격을 받아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철장 아닌 개방된 마당서 맹견 키워 #1심 중과실치상죄 1년6월 금고형

21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A씨(77·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주택가를 지나던 중 이씨가 키우는 핏불테리어의 공격을 받았다. 목줄이 풀린 핏불테리어는 A씨의 팔다리 등을 여러 차례 문 뒤 끌고 다니기도 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오른쪽 다리와 왼쪽 손가락 일부를 절단했다. 혈관이식과 피부이식 등 수차례 수술을 받는 등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었다.

개 주인 이씨는 핏불테리어 2마리 등 8마리의 개를 키워 왔다. 동물보호법 시행 규칙상 맹견으로 분류된 개는 외출 때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 개를 잠금장치가 있는 철장에서 기르거나 목줄이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 집은 담장이 없는 마당이 개방된 구조다. 그런데도 이씨는 철장이 아닌 마당에서 개를 키우고, 녹 슨 쇠사슬로 목줄과 쇠말뚝을 연결해 놨다. 이 쇠사슬이 끊어지면서 사람을 무는 사고가 났다.

검찰은 지난 4월 이씨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금고 2년을 구형했다. 수원지법 형사10단독 최환영 판사는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이씨에게 금고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의 과실로 인한 범행으로 피해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가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으며 치료가 끝난 뒤에도 혼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1000만원을 공탁했지만 치료비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반려견 관리 소홀을 이유로 견주를 법정구속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목줄을 하지 않은 동물이 타인을 공격해 다치게 해도 주인은 대부분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돼 5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마저도 ‘반의사불벌’ 규정에 따라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실제로 8일 전북 고창에서는 산책로를 걷던 40대 부부가 맹견 4마리에게 습격을 당해 전치 5주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개 주인 강모(56)씨에게 중과실치상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3년 616건, 2014년 701건, 2015년 1488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1019건, 올해 6월까지만도 766건이 각각 접수됐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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