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충격, 혹독한 기상환경 견뎌야 V30의 ‘눈’ 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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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LG V30 카메라는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병원 수술실보다 미세먼지가 적은 환경에서 조립된다. LG이노텍 광주공장 내 연구원들이 갓 생산된 카메라 모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LG전자]

LG V30 카메라는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병원 수술실보다 미세먼지가 적은 환경에서 조립된다. LG이노텍 광주공장 내 연구원들이 갓 생산된 카메라 모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LG전자]

“철퍼덕, 쿵~!”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생산현장 #에어샤워 2번, 내부진입까지 20분 #수술실 보다 청결한 환경서 탄생

갓 나온 카메라를 장착한 시험용 스마트폰이 허리춤 높이 아래 철판으로 떨어졌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낙하시험기 안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길 수십차례. 지켜보던 사람들도 둔탁한 소리에 놀라 움찔 뒤로 물러섰다. 이래도 카메라 렌즈가 깨지지 않고 정상 작동해야 성능 신뢰도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5번로에 위치한 LG이노텍 광주공장. 이곳에선 LG전자가 21일 출시한 신작 스마트폰 ‘V30’에 들어가는 듀얼 카메라가 혹독한 시험을 거쳐 양산된다. 낙하 시험 다음은 ‘극한 환경’ 테스트. 섭씨 50도로 설정된 철제 상자에 카메라를 집어넣고 수십여분간 인공 먼지 바람을 주입했다. 윤병곤 LG이노텍 제품시험 담당은 “중동 사막 지역에서도 무리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사막보다 더 극한의 환경을 만들어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V30 공개 행사 초대장 전면에 내세울 만큼 카메라 기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11년부터 6년 연속 카메라 모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2016년 15.1%)를 기록한 LG이노텍의 기술력이 받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눈만 빼고 모든 신체 부위를 가린 방진복에 장갑 2개를 착용하고 에어샤워 2번을 거쳐 공장 내부에 진입하는 데만 20여분이 걸렸다. 작은 먼지 하나도 불량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카메라 모듈은 30㎝ 길이 정육면체 공기 안에 초미세먼지가 10개 이하여야 작업을 할 수 있다”며 “병원 수술실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카메라 모듈은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빛으로 들어온 신호를 디지털 영상으로 바꿔주는 이미지센서를 부착한 뒤 그 위에 지름 6.5㎜의 렌즈를 얹는 방식으로 조립된다. 모든 공정은 로봇이 담당한다. PCB 위에 놓이는 렌즈 위치가 약간만 틀어져도 해상도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들은 사람이 측정할 수 없는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거리까지 계산해 정확히 렌즈를 PCB 위에 위치시킨다. 1개의 카메라 모듈이 조립되는 데는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LG전자와 LG이노텍이 V30 듀얼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약 1년이 걸렸다. 삼성전자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 시리즈 플라스틱 렌즈와 달리, 유리 렌즈를 채용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현주 LG전자 상품기획팀 책임은 “최적의 유리 렌즈를 구해 불량률을 낮추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LG V30 메인 카메라 조리개값은 F1.6이다. 렌즈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값은 숫자가 낮을수록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올 하반기 경쟁작인 갤럭시노트8(F1.7)이나 아이폰X(F1.8)보다도 더 높은 사양을 구현했다. 박창곤 LG이노텍 광학솔루션생산담당 상무는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고도화할수록 공정은 더 정밀해지고, 품질 테스트 수준도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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