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대체복무,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숙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여성국 기자 중앙일보 기자
여성국 사회2부 기자

여성국 사회2부 기자

“대체복무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아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한 가장 현실적인 기사였다고 느낍니다.…제 아들이 대체복무를 할 여건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자식이 수감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울컥합니다.”

중앙일보 기획 시리즈 ‘병역거부 기로에 서다’(9월 13∼15일자)를 읽고 홍영일(52)씨가 보내온 e메일의 한 대목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4학번인 그는 대학원생때 ‘여호와의 증인’이 됐다. 병역특례 연구원으로 대기업 입사가 예정됐던 그는 훈련소에서 집총을 거부해 군 교도소에서 2년을 보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홍씨 아들(21)도 군대 대신 감옥 갈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병역 거부 관련 취재를 하며 여러 시민과 전문가를 만났다. 대체복무 반대론자들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병역 기피자가 급증하고 병역 의무에 대한 국가공동체적 합의가 무너진다”고 걱정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 발의된 ‘대체복무 도입 병역법 개정안’이 주장의 근거였다. 이에 따르면 대체복무는 집단으로 숙식하며 현역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복무한다. 육군 의무복무 기간이 21개월이니 42개월이 된다. 복무지에는 소록도 같은 오지가 포함된다. 업무로는 응급 환자 이송 등이 있다. 예컨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일어나면 환자의 이송·격리 등의 일을 맡는다. 대체복무 도입을 원하는 이들 중에는 기간이 더 길고 복무 조건이 더 나빠도 좋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병역 기피 등의 부작용을 고려한 장치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꼭 10년 전인 2007년 9월 18일 국방부는 “대체복무 허용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를 발표한 권두환(예비역 준장)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번 취재 때 “당시 대체복무를 검토하며 조사단과 함께 소록도 등지의 복지시설을 다녀왔다. 복무 기간 두 배에 이 정도 업무 강도면 형평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제도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고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최근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대체복무제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분분하다. 그 사이 법원에서는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1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병역거부 신념과 대체복무 문제는 점점 더 미루기 힘든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여성국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