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해야 할 제대혈 이식한 의사,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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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원. [중앙포토]

대한민국 법원. [중앙포토]

보관 기간이 지난 제대혈을 환자들에게 이식한 의사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법원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의사인 A씨(53)와 동생인 B씨(50)는 2014년 9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관 기간이 지난 제대혈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제대혈 은행인 C사의 인수를 허가받았다.  1970년대 말에 설립된 C사는 산모들에게 기증을 받거나 위탁받은 제대혈을 보관해 왔다.
제대혈 은행은 기증자 본인의 이름으로 맡긴 뒤 이를 나중에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가족 제대혈’과 제대혈 은행에 기부한 뒤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여 제대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2010년 3월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 지면서 공여 제대혈 제도가 폐지됐다. 금전 등을 주고받기로 하고 타인의 제대혈을 제삼자에게 주거나 받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수원지법, 제대혈 관련 법 위반 의사가 "죄 무겁다"며 낸 항소 기각 #보관기간 지난 제대혈을 금전을 받고 환자들에게 이식 #법원 "폐기대상 제대혈의 영리목적 시술은 정당화될 수 없어"

하지만 A씨 형제는 기존에 C사가 보관하고 있던 공여 제대혈을 폐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법 시술했다.
A씨 등은 2014년 8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던 제대혈을 루게릭 환자에게 이식하고 1000만원을 받는 등 30차례에 걸쳐 뇌성마비·척수손상·파킨슨 환자 등에게 이식하고 5430만원을 받았다.

 제대혈은 장기이식의료기관 중 골수를 이식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제대혈이식의료기관으로 인정을 받은 병원에서만 이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등에서 88차례에 걸쳐 제대혈을 불법 이식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제대혈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대혈 이미지 [중앙포토]

제대혈 이미지 [중앙포토]

1심을 담당한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해 12월 A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715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C사에도 200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식한 제대혈이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시술 방법 또한 현재로써는 특별한 안전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폐기 대상 제대혈을 이용해 영리를 추구한 행위는 제대혈의 품질 등을 위한 관련법을 명백히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A씨 등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하성원 부장판사)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관련 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에도 폐기대상인 제대혈을 불법 시술을 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고 법을 위반한 영리목적의 시술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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