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 전신검색대...인천공항은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새로 도입된 전신검색대에서가상 탑승객들이 검색을 받고 있다.[중앙포토]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새로 도입된 전신검색대에서가상 탑승객들이 검색을 받고 있다.[중앙포토]

#1.2010년 8월 인천공항 출국장에서는 그해 9월부터 운영될 전신검색대 시연행사가 열렸다. 가상 승객이 전신검색대를 통과하자 약 6초간의 스캐닝 과정 이후 승객의 이미지가 20여 미터 떨어진 이미지분석실 모니터에 떴다.

2010년 첫 도입당시 사생활침해 논란 #가슴윤곽 등 드러나 '알몸 투시기'별명 #도입초기 여성 검색비율 남성의 열배 #성범죄 전력자가 검색요원 배치되기도 #내년 개항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22대 설치 #앞으로는 모든 승객 전신검색대 통과해야 #새 전신검색대는 기존 검색대 단점 보완 #'아바타'이미지에, 유해파 적은 초음파사용 # #

승객의 얼굴 부분은 가려지고 신체 주요부위도 희미하게 처리됐지만, 가슴윤곽은 고스란히 보였다. 만약 여성이 전신검색대를 이용해 신체 검색을 당할 경우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전신검색대는 알몸투시기로 불리기도 했다.

2010년 전신검색대 시범운영당시 전신검색기로 투시된 영상. [중앙포토]

2010년 전신검색대 시범운영당시 전신검색기로 투시된 영상. [중앙포토]

#2. 이달 14일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에서는 내년 1월 개항을 앞두고 운영점검이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출국장에 설치된 원형모형의 새 전신검색대에 가상 승객이 들어가 두 손을 위로 올리자 검색 요원의 모니터에 아바타 형식의 신체 윤곽 이미지가 3초가량 떴다가 사라진다. 검색 요원은 모니터에 띄워진 아바타 이미지를 보고 옷 안에 숨긴 테러 위험물질을 판별한다고 했다.

여성 가상 탑승객이 전신검색대 안에 들어가자 여자 검색요원이 모니터를 통해 탑승객 신체 정보를 확인하고있다. 앉아있는남성 검색요원은 탑승객의 짐을 살피고 있다. [중앙포토]

여성 가상 탑승객이 전신검색대 안에 들어가자 여자 검색요원이 모니터를 통해 탑승객 신체 정보를 확인하고있다. 앉아있는남성 검색요원은 탑승객의 짐을 살피고 있다. [중앙포토]

사생활 침해와 유해성 논란이 컸던 전신검색대를 앞으로는 국내에서 비행기를 타는 모든 탑승객이 통과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항공보안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신검색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초 개항예정인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전신검색대 22대를 설치하고, 전국 모든 공항의 검색장비를 전신검색대로 교체할 예정이다. 현재는 비행기 탑승 전에 문 모양의 문형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검색대는 금속만 감지할 수 있어 검색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전신검색대는 2010년 10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천·김포·제주·김해공항에 처음 도입됐다. 도입 이전부터 신체 유형이 노출된다는 게 알려져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컸고, 방사선(X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건강 유해성 논란도 일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신검색대를 운영하지 말라고 권고했으나 당시 국토해양부는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공항에서 전신검색대가 운영되고 있다며 검색대 도입을 밀어붙였다.

기존 전신검색대는 1차 검색에서 이상이 발견된 승객(전체 승객의 5%)이 사용 대상인데, 도입 초기부터 크고 작은 논란이 일었다. 도입 초기에는 여자 승객 검색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김포공항에서 전신검색대 검색을 받은 여성 승객이 1936명으로 남성(205명) 검색대상자 수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부산 김해공항은 전신검색대 성범죄 전력자 3명을 검색대 운용 요원으로 배치해 논란이 일었다.

전신검색대는 해외에서 더 논란이 컸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는 지난 2010년 검색대 운용 요원이 검색대를 통과한 여자 동료의 이미지를 찍었다가 성희롱 혐의로 공항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사생활침해와 건강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국 교통안전국(TSA)은 지난 2013년 5월 각 공항에서 운용 중이던 X선 방식의 전신검색대 250대를 모두 철거했다.

이런 전신검색대가 앞으로 전면적으로 사용됨에 따라 공항 이용객들의 사생활 침해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이종규 보안검색팀장은“인천공항에서 테스트 중인 신형 전신검색대는 기존 전신검색대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제품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문제가 됐던 전신검색대는 X레이를 몸 전체에 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신체 부위 노출과 방사선 노출 등의 우려가 있다. 하지만 새 전신검색대는 초음파를 쏴서 반사되는 굴곡으로 이상 물질을 감지한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가상의 아바타(신체 형태 모양 불변)에는 감지된 물품의 위치만을 표시하게 되고 기록도 남지 않는다. 초음파에 따른 유해파는 스마트폰의 1만분의 1 수준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제1터미널에도 새 전신검색대가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돼 기존의 문형 검색대를 대체하게 된다.

새 전신검색대는 사람의 신체가 아바타 형태로 표시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적다. [중앙포토]

새 전신검색대는 사람의 신체가 아바타 형태로 표시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적다. [중앙포토]

전체 모양이 원형이어서 원형검색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새 전신검색대는 미국 엘쓰리사가 만든 제품으로 대당 가격은 약 2억5000만원이다. 인천공항에 설치돼 있는 기존 전신검색기는 미국 래피스캔사가 제작한 시큐어1000 제품으로 한 대 가격이 3억원 가량이었다.

미국의 경우 2013년 5월 기존 X선 방식의 전신검색대 철거 이후 초음파를 쏘는 검색대로 대체해왔다. 일본은 2020년 도교올림픽 전까지 모든 공항에 인천공항의 새 전신검색대와 같은 방식의 전신검색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