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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거기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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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24면

新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지난달 전남 여수에서 한국판 보비트(Bobbitt) 사건이 터졌다. 잠자던 남편의 성기를 아내가 절단한 것이다. 1993년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미국의 보비트 사건 주인공 남편은 술에 취해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가 거세당했다. 해당 사건은 보비트라는 남편의 이름이 영어 표현 ‘bob it(짧게 자르다)’을 연상시키고, 하필 아내가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여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또 남편이 봉합수술로 성기능을 회복했는지 여부와 이혼한 남편의 포르노 배우 전업 등 온갖 이슈로 화제가 되었다. 아내 로레나는 중상해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남편의 강제적 성관계로 인해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정상 참작되어 결국 무죄평결을 받았고 부부간 강간이 이슈화되었다.

그런데 2011년 또 다른 보비트 사건이 일어났다. 이혼 절차 중인 아내 ‘키우’가 남편에게 약물투여 후 성기를 자르고 분쇄기에 넣어 버린 사건이었다. 당시 과도한 폭력성으로 아내는 무기징역을 받았고, 이미 분쇄기로 갈려 버린 남편의 성기는 회복될 수 없었다.

부부 사이 극단적인 성기 절단은 그 이유와 특징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①남편의 반복된 외도 ②부부간 강간이나 일방적 성행위 ③남편의 정서적 무시와 착취로 인한 아내의 정서적 고갈 ④남편과 별개로 심한 우울증·조울병·의부증·성격장애 등 아내의 정신적 불안정 등이 그러하다. 앞서 언급한 보비트 사건이 바로 두 번째 사유인 강제적 성행위에 해당하며, ‘키우’의 사건은 네 번째 이유인 아내의 정신적 불안정이 원인이다. 1990년대 성기 절단 사건이 연간 200건 가까이 폭증했던 태국의 경우 첫째 이유인 남편의 무차별적 외도가 주된 원인이었다.

여수 사건의 내막은 현재 경찰 조사 중으로, 지금껏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아내의 초기 진술인 “생활비 한 푼 주지 않고 가족과 나를 무시하고 밖에서 마구 돈을 쓰고 다니는 게 너무 화났다”에서 짐작하면 세 번째 이유인 남편의 무시와 아내의 정서적 고갈을 의미한다. 반면 사건 후 남편의 진술에서 아내의 암투병 문제나 뺑소니로 아들을 잃은 사연은 네 번째 이유인 아내의 트라우마와 우울증 등 정신적 불안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여수 사건은 암투병과 아이 사망으로 정서적 트라우마가 심한 아내가 여러 상황에 무심한 것처럼 보인 남편에게 강한 공격성을 표현한 것으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가 복합된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연유든 부부사이 감정적 거리감에 일방적 성행위는, 나는 힘든데 남편은 나를 도구로 쾌락만 추구하는 것 같아 분노와 수치심에 꼭지가 돌게 된다. 배려와 친밀감이 없다면 성생활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으니 항상 서로의 감정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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