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로 집값 안정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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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추진하는 4대 신도시가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건교부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는 반면 건설업계와 학계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건교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주변 신도시는 판교(2만9천7백가구).김포(7만가구).파주(4만7천가구).화성(3만9천8백가구) 등 네 곳으로 모두 18만6천5백가구의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이다. 4개 신도시는 2006년 말~2008년 말께 입주가 시작된다.

건교부는 이 정도의 공급물량이면 신도시 분양이 본격화하는 2005년부터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관련 연구단체 전문가들은 현재의 신도시 후보지로는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의 집값을 잡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집값 안정 자신=건교부가 집값 안정을 장담하는 근거는 1989년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5개 신도시를 건설한 후 집값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건교부 신도시기획단 서종대 국장은 "89년 신도시를 건설할 당시 대다수 전문가들은 보상비 집행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분양과 입주가 본격화한 91년부터는 집값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95년 12월의 서울의 집값 지수를 1백으로 잡을 경우 88년 68이던 지수는 91년 4월 117.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91년 12월(106.2)과 92년(101.6)의 내리막을 거쳐 93년(98.8)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후 집값은 97년까지 안정세를 보였다. 건교부는 4대 신규 신도시에 공급물량이 확대되면 2008~2010년까지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도시 효과 작다=현대산업개발 이준하 상무는 "김포.파주.화성 등은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없고, 그나마 강남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판교에는 건설 물량이 2만9천가구에 불과해 여전히 양적.질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판교는 전용면적 25.7평 이상 중대형아파트가 1만2천가구에 불과해 강남의 집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가 집값 안정의 근거로 든 분당 등 5대 신도시의 개발 사례는 지금과 사정이 달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주거환경연구원 김우진 원장은 "80년대 말~90년대 초는 아파트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라 5대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91년부터 집값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특정 지역과 그 주변 집값만 들썩이는 차별화가 심해 전체적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도 집값 상승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치솟는 분양가가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강남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이유는 학군 수요 때문"이라며 "신도시에 강남에 버금가는 학군을 만들지 않는 한 강남 집값을 끌어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윤.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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