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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휴업 전국 현황 보니…부산 90%로 참여도 가장 높아

중앙일보

입력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과 학부모 등 7000여 명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와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과 학부모 등 7000여 명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와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이 오는 18일 집단 휴업을 예고해 전국 시·도 교육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청들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불법 휴업을 강행하는 유치원들에 정원·학급 감축, 유아 모집 정지, 지원금 차등 지원 등 행정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휴업 의사를 철회하라고 사립유치원을 설득하면서 휴업 강행에 대비한 임시 돌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휴업 의사를 밝힌 유치원 비율이 높지만, 아직 결정을 못 했거나 휴업을 철회한 유치원도 있다.

경기·울산·경남·전북 80% 이상 휴업 선언 #대구는 16%만 휴업 결정, 인천·대전도 낮아 #전국 교육청 “18일 집단 휴업은 불법 파업” #유아교육법 따라 지원금 축소 등 조치할 계획 #공립 유치원,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임시 돌봄 제공 #휴업 유치원 자체 돌봄 비율은 충남 높고, 경남 낮아

경기도 사립유치원 960여 곳 휴업 선언

◇경인=경기도 내 사립유치원은 1098곳, 원아는 14만 5000여 명이다. 휴업 불참 의사를 밝힌 130여 곳을 제외하고 모두 휴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휴업을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휴업을 강행하는 유치원에 정원·학급 감축, 유아 모집 정지, 지원금 차등 지원 등 행정 조치를 할 방침이다.
인천에서는 261곳 사립유치원 가운데 88곳이 집단 휴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유치원은 입장을 유보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공립 단설·병설유치원에서 휴업 유치원 원아들을 임시로 돌볼 수 있게 조치할 계획이다.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15일 오후 6시까지 인천시 각 지역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 돌봄 서비스 신청을 하면 된다. 교육청은 이날 오후 7시 신청 학부모들에게 돌봄 유치원 배정 현황을 개별 안내할 방침이다. 교육청 측은 “18일 휴업은 물론 오는 25~29일 휴업이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휴업 철회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옥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부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서울시 교육청을 방문해 윤오영 서울교육청 정책국장(전 지부장 왼쪽) 등을 만났다. 연합회는 국·공립유치원과 같은 수준의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신인섭 기자

전기옥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부장(오른쪽)이 지난 14일 서울시 교육청을 방문해 윤오영 서울교육청 정책국장(전 지부장 왼쪽) 등을 만났다. 연합회는 국·공립유치원과 같은 수준의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신인섭 기자

◇대전·충청=충남도교육청 역시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한편 임시 돌봄 대책을 마련했다. 교육청은 집단 휴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김지철 교육감 명의로 각 사립유치원에 ‘휴업금지 공문’을 발송했다. 충남에서는 136개 사립유치원 가운데 91개 유치원이 집단 휴업에 동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9곳은 자체로 돌봄 교실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 돌봄은 유치원 교사가 수업은 하지 않지만 하루 동안 아이를 돌봐준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집단휴업에 따른 혼란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충남교육청의 판단이다. 하지만 대부분 유치원이 급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대전시교육청도 지난 14일 낮 12시까지 각 유치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임시 돌봄 신청서를 받았다. 대전에서는 173곳 사립유치원 가운데 69곳이 휴업에 동참한다. 교육청은 휴업 강행에 대비해 대전유아교육진흥원, 공립 단설유치원 등과 연계한 긴급 돌봄 대책을 마련했다. 충북교육청 역시 원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활용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에는 사립유치원 수가 3곳에 불과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사립유치원의 이윤 극대화와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막기 위한 이기적 집단 행동은 아무런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는 60%가 휴업 결정 못 해  

◇대구·경북=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14일까지 263곳 사립유치원 가운데 휴업에 돌입한 유치원이 41곳이다.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유치원이 65곳, 나머지 157곳은 미확정 상태다. 교육청 측은 “휴업으로 유아의 학습권을 침해받고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지는 학부모의 혼란과 불만이 예상된다”며 “불법 휴업을 하는 사립유치원에 유아교육법 제30조에 따라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치원 휴업 시 하루 종일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가정을 위해 임시 돌봄 기관을 지정했다. 임시 돌봄 기관은 단설유치원 18곳, 병설유치원 104곳, 초등학교 142곳 등 248곳으로 전화로 관할 교육지원청으로 신청하면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집단 휴업이 끝날 때까지 임시 돌봄 기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현장에 장학사를 파견해 휴업 현황을 파악한 결과 15일 오전 11시 기준 242곳 가운데 187곳이 휴업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장학사들이 현장에 직접 나가 휴업을 만류하고 있다”며 “맞벌이 자녀나 취약계층 자녀들은 도내 453곳 공립유치원과 유아 체험장 9곳 등 임시 돌봄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33명이 임시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립유치원 휴업을 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립유치원 휴업을 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부산·울산·경남=부산·울산시와 경남도교육청 역시 휴업에 참여하는 유치원에 정원·학급 감축, 유아 모집 정지,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부산은 전체 사립유치원 306곳 가운데 89.5%인 274곳이 휴업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4일 조사결과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은 지난 12일 2차 조사 때는 공문을 접수하고도 교육청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또 부산 지역 98곳 공립유치원과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임시 돌봄 신청을 받은 결과 14일까지 총 72명이 신청했다. 교육청은 신청이 저조한 것은 사립유치원이 수업은 하지 않더라도 자체 돌봄 서비스를 하거나 학부모들이 친인척 집에 아이를 맡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박선애 부산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 장학관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미 밝힌대로 휴업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과 경남에서는 휴업을 철회하는 유치원이 늘고 있다. 울산에서는 15일 오후 2시 기준 사립유치원 118곳 가운데 95곳이 휴업을 선언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15일 오전에 10개 유치원이 휴업을 철회했다”며 “휴업 철회 유치원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임시 돌봄 신청자 수는 38명이다.
경남에서는 268곳 사립유치원의 88%인 236곳이 휴업 의사를 밝혔다. 지난 9월 8일 조사 당시 252곳과 비교해 휴업 의사를 밝힌 유치원 수가 줄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소규모 유치원들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시 돌봄 신청자는 15일 오후 2시 기준 305명이다. 교육청은 서비스 신청자가 많은 원인을 대부분의 휴업 선언 유치원이 자체 돌봄을 하지 않아서라고 파악했다.

부산 사립유치원 휴업 참여 조사 거부

◇전북·제주=전북도교육청 역시 사립유치원의 집단 휴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교육부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 전북사립유치원연합회에 따르면 전북 지역은 전체 사립유치원 164곳 가운데 85% 이상이 집단 휴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업일 기준을 지키고 휴업을 하는지, 학부모 동의서와 사전 신고를 거쳤는지 조사해 이를 어긴 유치원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는 사립유치원 20곳 중 천주교와 관련된 5곳이 휴원에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학 부설 유치원 3곳도 휴원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사립유치원 12곳도 의견이 엇갈려 휴원 동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학부모들에게 휴원 여부를 알려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15일까지는 휴원 동참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12곳 사립유치원이 휴업하더라도 일부 교사가 출근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자율 등원’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부산·대전·인천·수원·전주·대구=최은경·황선윤·신진호·임명수·김민욱·김준희·백경서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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