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美이지스함에 첫 평시 급유.."한반도 위기로 보폭 넓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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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DDG 73)가 SM-3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DDG 73)가 SM-3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면서 일본 자위대의 활동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일 안보동맹 틀 속에서 새로운 임무를 통한 외연 확대가 두드러진다. 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해상자위대 보급함이 지난 4월부터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활동 중인 미 해군 이지스함에 급유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평시 미군 함정에 대한 급유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위대의 중요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자위대가 미군 보급함 방어를 위해 경항공모함 이즈모함(1만9500t급) 등 호위함 2척을 출동시켰을 때도 일본 정부는 마찬가지로 관련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자위대에 무기 등 방호 임무를 부여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일본 해상자위대 경항공모함인 이즈모함이 지난 5월 1일 미 해군 보급함 보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코스카 기지를 출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해상자위대 경항공모함인 이즈모함이 지난 5월 1일 미 해군 보급함 보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코스카 기지를 출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주일 미 해군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해상자위대와 함께 24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 중이다. 그중 SM-3 요격미사일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은 핵심 전력이다. 그런 만큼 군항에 돌아와 미사일 방어망에 구멍이 뚫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매달 1회 정도 해상 급유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급유는 미군이 먼저 요청했다.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미 태평양사령부 제7함대 소속 보급함들이 있는데도 굳이 자위대에 요청한 이유는 뭘까?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실제 전쟁 상황이 아닌데도 그러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미·일 동맹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정말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주일미군 이지스함의 충돌 사고 역시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케이는 자위대 간부를 인용해 “미 태평양사령부 제7함대 소속 이지스함 7척 중 2척이 사고로 이탈한 상황”이라면서 “일본 주변 이외의 임무를 행할 필요도 있어 현장부대의 부담은 매우 무거워져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6월 17일 새벽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이 일본 시즈오카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손상된 모습. 이 사고로 피츠제럴드호승무원 7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7일 새벽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이 일본 시즈오카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손상된 모습. 이 사고로 피츠제럴드호승무원 7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자위대의 보폭은 2015년 새로 제정된 안전보장관련법에 기초해 넓어졌다. 이 법안에 따라 무력공격을 받는 미군 함정을 보호하고 반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 범위도 대폭 확대됐다. 일본 주변 해역 이외의 지역에서도 미군 함정에 대한 급유나 탄약 제공 등이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이 지난 4월 개정 발효되면서 지원 시기도 늘어났다. 기존에는 양국이 연합훈련 중일 때만 급유 지원이 가능했지만, ACSA 개정으로 ‘미사일 방어’ ‘해적 대치’ 등 평시 급유도 허용됐다. 이번 임무 역시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라는 항목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는 미군 배려 차원에서 이 같은 군사 움직임을 밝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안보법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자위대 활동은) 가능한 정보를 공개하고 정중히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닛케이는 “국민이 자위대와 미군의 동향을 파악할 수 없는 채 사태가 긴박해질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지난 4월부터 실시…공표 없이 매달 1회 정도 급유 #미국이 먼저 요청…24시간 대북 감시, 해상 급유 필요 #7함대 이지스함 2척, 잇따른 사고로 전력 손실도 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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