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위력 실감한 보수야당... "전술핵 재배치도 같이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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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을 주도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국민의당 잡기'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국회 다수당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을 어떤 식으로든 야권 연대에 포함시켜야 문재인 정부와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걸 이번 부결을 통해 절감했기 때문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부결을 보면서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독주, 협치 실종에 대해 야 3당이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기저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며 “오만한 정권이 야당 뜻을 존중할 수 있는 길은 야 3당 공조에 달렸다고 본다. 정책ㆍ입법 공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적 연대까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도 '전술핵 재배치'를 공식 당론으로 정해서 우리와 함께 공동대응하는 방안 모색해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그간 국민의당을 향해 툭하면 "민주당 2중대", "호남 자민련"이라고 비아냥댔던 것과는 180도 다른 입장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진작부터 당론을 (김이수 임명) 반대로 정했지만, 본회의 결과는 확신을 못 가졌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반대표를 다수 던진 거 같다”며 “지역 연고가 있는데도 헌재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해주었다”고 추켜세웠다.

국민의당도 화답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가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밝히는 당"이라며 "존재감이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게 아니다. 의원 개개인이 적격여부 판단하고 투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보수야당은 이날도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헌정 질서를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라는 청와대 반응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오로지 남 탓으로 돌리는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받아쳤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역시 "오만의 극치다. 이 정권이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선 여당을 지나치게 자극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른정당 중진 의원은 "어제 부결된 후 '와' 소리 지르고 웃고 껴안고…. 어쨋든 국정을 중단시킬 꼴인데 조용히 있어야지. 김이수 부결이 ‘북핵’ 이후 다소 혼선을 빚던 좌파진영을 오히려 집결시켜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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