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절벽 현대중, 내년 5월까지 순환 휴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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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극심한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임금 70% 지급하고 5주씩 실시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도 합의 #대우조선은 올 초부터 무급휴직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내달 22일까지 추석 명절 연휴를 제외한 5주 동안 조선사업 부문 인력 600여 명이 순차적으로 휴직에 돌입한다.

이번 순환휴직은 조선부문을 시작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엔진부문은 이미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은 1인당 5주씩, 7차례에 걸쳐 내년 5월까지 진행된다. 직원들은 이 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를 받는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수주 물량 감소로 하반기에 유휴인력이 5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적으로 10년 전인 2007년 상반기에 현대중공업의 수주량은 290척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엔 20척에 불과하다. 배는 건조 과정의 특성상 수주계약을 따낸 뒤 1~2년, 많게는 3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들어간다.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추락하기 시작한 수주량 감소 여파가 올해 하반기 조선사들의 일감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업황과 회사 경영이 동시에 악화하면서 2015~2016년 동안 3500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며 “근로자들 입장에선 답답하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휴직은 휴업과 동시에 진행된다. 회사 관계자는 “휴업은 사측의 경영사정 악화 등의 이유로 근로자의 동의 없이 직권으로 실시할 수 있고, 휴직의 경우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의 현대삼호중공업(구 한라중공업) 노사도 생산직원의 유급휴직 시행에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생산직원 2680여 명은 내달 16일부터 내년 6월24일까지 인당 5주씩 유급휴직에 돌입하게 된다. 직원들은 평균임금의 70%를 보전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올 1월부터 사무직 근로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급여 10%를 반납하고 순환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 6000여 명 역시 급여 10% 반납과 특근 제한 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휴직 실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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