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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고모를 위해 2000㎞ 달려간 남성

중앙일보

입력

에드 콘드랫(59, 왼쪽)과 고모 메어리 파울로스키(99). [콘드랫 제공]

에드 콘드랫(59, 왼쪽)과 고모 메어리 파울로스키(99). [콘드랫 제공]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99세 고모를 허리케인에서 구출하기 위해 약 2000㎞ 거리를 차로 달려간 한 남성의 사연이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미시건 거주 59세 남성 콘드랫 #고모 사는 플로리다에 허리케인 어마 다가오자 #쉬지 않고 하루만에 2000㎞ 달려 고모 구해내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시건 거주 미국인 에드 콘드랫(59)이 7일 밤 디트로이트 교외 자택에서 자신의 포드 퓨전 자동차를 타고 밤새 달린 끝에 다음날 밤 10시 플로리다주 아카디아에 있는 고모 메어리 파울로스키의 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구글 지도에 따르면 디트로이트부터 아카디아까지의 거리는 약 2030㎞이며 교통 정체가 없을 경우 자동차로 19시간이 걸린다.

파울로스키는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어 아카디아의 자택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파울로스키는 지난주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로 닥쳐온다는 뉴스를 보고 콘드랫에게 전화를 걸어 허리케인이 무섭다는 심경을 전했다.

전화를 받은 콘드랫은 당장 파울로스키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마음 먹었다. 아내에게 말도 하지 않고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출발하고 한참이 되어서야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플로리다로 간다는 말을 듣고 '당신 미쳤어?'라고 소리질렀다"고 콘드랫의 아내 로니는 말했다. 로니는 "남편은 내가 가지 못하게 말릴까봐 일부러 출발하고 나서 연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파울로스키를 데려오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플로리다에 도착하자 도로가 재난 대비 차량과 피난 행렬로 심각한 정체에 빠져 있었다. 한밤 중에 연료가 떨어져 기름을 찾으러 헤메이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파울로스키의 집에 도착했지만 정작 파울로스키는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파울로스키는 "우리 집은 어떡하고, 내 물건들은 또 어쩌란 말이냐"며 같이 떠나자는 콘드랫의 제안을 거부했다. 파울로스키는 콘드랫 부부가 예전부터 미시건으로 이사해 함께 살자고 권유했지만 이를 거절해왔을 정도로 집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다.

미시건(지도 가운데 최상단)과 아카디아(붉은색 표지)가 표시된 미국 지도. [구글 지도]

미시건(지도 가운데 최상단)과 아카디아(붉은색 표지)가 표시된 미국 지도. [구글 지도]

콘드랫은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절대 두고 가지 않겠다"고 맞섰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야 파울로스키는 귀금속과 가족사진 등 귀중품을 챙겨서 떠나기로 결정했다. 고모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겠다는 콘드랫의 일념 덕분에 두 사람은 8일 아침 일찍 플로리다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쿠바 등 카리브해 국가들을 연이어 덮쳐 27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어마는 10일 오전 플로리다에 상륙했다.

파울로스키는 "조카가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랐고, 집을 떠나는 것이 너무 싫었다"며 "집으로 꼭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콘드랫 부부는 당분간 19살인 아들의 방을 파울로스키에게 내주고 함께 지낼 계획이다. "아들이 당분간 소파 위에서 잠을 자야겠지만, 우리는 가족이다.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로니는 말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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