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1일 “미국이 안보리에서 보다 더 혹독한 불법무법의 제재 결의를 끝끝내 조작해 내는 경우 우리(북한)는 결단코 미국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사상 유례없는 곤욕(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 12일 새벽 북한 숨줄 겨냥한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 추진 #북 외무성 대변인 "사상 유례없는 곤혹 치르게 만들 것" 위협 #미국과 이견보이는 중ㆍ러 등에 업고 틈새 벌리기? #내부적으로는 핵탄두 개발자 관광 등 축제분위기 이어가며 결속 다지기
대변인은 성명에서 “거듭되는 엄숙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정치, 경제, 군사적 대결로 줄달음치는 한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5일에도 외무성 대변인을 내세워 “미국이 그 무슨 ‘모든 선택안’을 운운하며 정치와 경제, 군사의 모든 분야에서 전대미문의 악랄한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써 우리를 놀래우거나 되돌려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며 “미국의 날강도적인 제재 압박 책동에 우리는 우리 식의 대응방식으로 대답할 것이며 미국은 그로부터 초래될 파국적인 후과(결과)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12일(한국시간) 새벽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추진하자 반발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이전과 달리 미국이 신속하게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는 데다, 북한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원유 공급 중단까지 포함하자 표결을 앞두고 반발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외교수장인 국무위원(양제츠)이 미국을 찾아 담판을 짓는 등 틈을 보이자 추가 도발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틈새를 이용해 대북제재 수위를 낮춰 보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핵실험 분위기 띄우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핵실험에 기여한 성원(관계자)들이 평양에서 다채로운 문화정서생활을 향유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평양에서 환영대회를 마친 이들은 조선혁명박물관 등 평양시내 주요 시설물을 견학한 뒤, 10일 자연박물관, 중앙동물원, 능라곱등어(돌고래)관 등을 찾았다. 정권수립기념일인 9일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관한 축하공연 관람과 축하 연회에 참석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영웅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행사를 통해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7월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성공 직후에도 열흘 동안 유사한 방식의 행사를 이어갔다. 대외적으로는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추가 도발을 예고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체제 결속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단결의 힘은 그 무엇으로도 당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