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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론 논란에 침묵을 깬 유승민…“편하게 죽는 길로 돌아갈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당의 진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유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바른정당이 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허허벌판에 나와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보자고 했던 우리가 편하게 죽는 길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파주시 홍원연수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파주시 홍원연수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바른정당은 창당 후 내우외환이 겹치며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서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없는 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통합론을 띄우며 바른정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자강론으로 맞선 이혜훈 전 대표는 최근 사업가 옥모씨와 금품수수 공방이 벌어지며 자진사퇴했다.  유 의원 스스로도 글에서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 일각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궤멸을 막기 위해 한국당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친박 청산’을 전제조건으로 통합을 거론하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페이스북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페이스북

하지만 유 의원은 통합론에 대해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구나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면서도 “당장의 선거만 생각해서 우리의 다짐과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한 “국민의 마음이 움직여줄 때까지 몇 년이고 일관성 있는 노력을 끈질기게 해야 한다”며 “이 정도의 결기도 없이 무슨 개혁보수를 해내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치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정치를 그만두게 된다”며 “그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걸어온 길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는 왜 정치를 하는지,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끝까지 가겠다”며 글을 맺었다.

바른정당 창당부터 현재까지 과정

바른정당 창당부터 현재까지 과정

유 의원은 대선 후 재외국민위원장이라는 비교적 한직을 맡은 채 그간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당내에서는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마침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로 최고위원 간담회가 열린 이날 유 의원이 이같은 강경한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자 당내에서는 사실상 포스트 이혜훈 체제의 전면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 의원이 ‘사즉생(死則生)’을 강조하며 “저는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널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한 것도 향후 당의 존속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바른정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 간담회와 의원 만찬을 잇달아 열고 당의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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