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 맺은 인연 이어가는 라가르드·윤증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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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운데)가 7일 오후 서울 포시즌 호텔에서 윤증현 전 장관(오른쪽)의 외손자를 안으려다 울음을 터뜨리자 활짝 웃고 있다. 왼쪽은 윤 전 장관 사위 박사무엘 해군 대위. [박종근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운데)가 7일 오후 서울 포시즌 호텔에서 윤증현 전 장관(오른쪽)의 외손자를 안으려다 울음을 터뜨리자 활짝 웃고 있다. 왼쪽은 윤 전 장관 사위 박사무엘 해군 대위. [박종근 기자]

“서울에 온 걸 환영합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2010년 IMF 개혁 과정서 친분 다져 #3년 전 “가족과 식사를” 약속 지켜

“다시 만나게 돼 반가워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7일 저녁 7시께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윤 장관과 라가르드 총재가 만났다. 윤 장관은 가족들을 한 사람씩 소개했다. 윤 장관의 부인 이정혜씨와 사위 박사무엘씨, 갓 돌이 지난 손자 등이 함께 왔다. 윤 장관이 손자를 소개하며 안아보겠느냐고 묻자 라가르드는 손에 들고 있던 클러치(어깨끈이 없는 작은 손가방)를 경호원에게 건네고 아이를 안았다.

이날 저녁식사는 라가르드 총재가 윤 장관과 가족을 초대해 이뤄졌다. 윤 장관은 “서울에 오는데 함께 식사할 수 있느냐고 라가르드 총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3년 전 서울에 왔을 때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경주에서 열었다. 윤 장관은 IMF의 지배구조 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던 라가르드 총재에게 전권을 주며 도움을 청했다. 진통이 있었지만 프랑스의 중재로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IMF 지분 조정안을 도출했다.

두 사람은 일 뿐 아니라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하며 친해졌다. 윤 장관은 “사르트르나 카뮈 등 프랑스 문학가들과 알랭 들롱, 쟝 카방 등 옛날 영화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다방면에서 박식하고, 리더십이 뛰어나며 배려하는 마음도 크다”고 라가르드 총재를 평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6박 7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다. 이날 오전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IMF·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와 공동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한 뒤 이화여대에서 연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내 친구 윤증현 장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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