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방침이 대폭 바뀐다. 경찰은 이미 ‘백남기 사망사건’ 후속조치 등의 과정에서 “물대포를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온라인 집회신고 제도를 도입하고, 경찰 지휘부의 무전을 녹음하도록 하는 등 집회·시위 관리 방침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생각이다.
경찰개혁위 권고 "사실상 집회·시위 권리장전" #논란 책임소재 가리기 위해 경찰무전망 녹음도 #이철성 경찰청장 "모든 권고안 수용하겠다"
경찰개혁위원회는 7일 경찰청에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에는 집회·시위 신고 과정부터 후속조치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개혁안이 총망라됐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이번 권고안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권리장전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이를 모두 수용해 개혁에 착수하기로 했다.
집회 신고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바뀌는 건 온라인 신고 제도의 도입이다. 기존에는 방문 신고만 가능했지만 온라인 신고 시스템을 도입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자는 취지다. 경찰은 신고 간소화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집회에서 갈등의 단골 소재였던 ‘집회·시위 금지통고’ 방침도 손을 보기로 했다. 헌법에서 집회·시위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금지통고제가 허가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금지통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 뒤 이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집회·시위 대응 과정에서 눈에 띄는 건 채증 기준 강화다. 무분별한 채증을 제한하기 위해 ①과격한 폭력행위 등이 임박했거나 ②폭력 등 불법행위가 있을 때 ③범죄수사 목적의 증거보전 필요성·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채증을 하기로 했다. 또 논란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경찰무전망을 녹음해 일정 기간 보관한다. 경찰은 이미 차벽·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집회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던 해산명령 방송도 타인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개혁위는 강제해산도 직접적이고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개혁위 권고안을 모두 수용할 방침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앞으로 진압훈련이라는 용어 사용도 폐지하겠다. 경찰의 시각과 인식을 바꾸고 현장 대응방식도 개선할 수 있도록 훈련 방식도 불법폭력 시위 대응 위주에서 다양한 집회 유형에 대한 대응 훈련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