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폭행 가해자 부모 “애들끼리 얼굴 좀 다친 거 가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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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의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가족에게 “애들끼리 얼굴 좀 다친 거 가지고 왜 그러냐”며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피해자 측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누군가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 부모는 ‘애들끼리 얼굴 좀 다친 거 가지고 왜 그러냐’며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피해자의 언니 역시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가 “사건 이후로도 사과 한마디 않고 지금까지 당당한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잘못했으니 때린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이어 “신고가 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가해자 일부가 조사를 받지 않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강릉 경찰은 “B양 폭행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것은 사실”이라며 “수사 대상자들이 많아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릉에서 자신의 동생이 또래 청소년들에게 폭행당했으나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동하고 있다며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지난 7월 17일 새벽 동생 B양과 가해자들이 강릉의 경포 해변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가해자 5명은 B양에게 그동안 쌓인 것들이 있다며 구타하기 시작했고, B양에게서 금품을 빼앗고 휴대폰은 모래에 묻었다.

날이 밝자 5명 중 한 명의 자취방으로 데려가 또다시 B양을 폭행했으며 그 모습을 영상통화로 타인에게 보여주고 동영상까지 찍어 퍼트렸다. 가위를 들어 B양을 위협하고, 옷을 벗기려고 하면서 성적인 발언들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가해자들은 폭행 이후 해수욕장으로 놀러 가야 한다며 B양을 화장실에 묶어놓으려고도 했다. 두려움에 그들을 따라갔던 B양은 결국 남애 해수욕장에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간 후에야 가해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정말 화나는 건 지금까지도 가해자들은 당당히 술 먹는 사진을 올리면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제 동생은 현재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라며 “꼭 소년법이 폐지되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호소했다.

자신을 B양 폭행 사건 가해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SNS에 “저희가 아무 생각없이 친구였는데 그렇게 때리지 않는다”고 폭행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B양이 방세를 나눠 내기로 했는데 방세 내기로 한 날 다른 곳으로 가고, 자신이 낙태했다는 사실을 친구들한테 말하고 다녀 때렸다는 것이다. B양이 술을 마시다가 안 마신 것처럼 이야기해 괘씸해서 때렸다고도 말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강릉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A양은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강릉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가해 청소년 6명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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