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모든 유해 성분을 조사해주세요" 생리대 몸에 붙이고 바닥에 누운 여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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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정부에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정부에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 몸이 증거입니다."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가 5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뿐 아니라 전 성분을 조사하고 역학조사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던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 교수도 참석했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식약처 조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만 국한돼있다"며 "생리대 부작용을 밝히려면 전 성분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해외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에서 다이옥신·퓨란 등 발암물질도 검출될 수 있다고 한다"면서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모든 성분 조사와 철저한 역학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식약처와 일부 기업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했다.

김 교수는 "유한킴벌리가 연구비를 후원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여성환경연대가 소셜펀딩으로 마련한 220만 원으로 연구했다"면서 "학생들도 시민 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수준으로 실험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한킴벌리와 강원대의 관계도 말이 나오는데 유한킴벌리가 산학협력단을 통해 지원한 연구비는 산림과학대 교수들이 받은 것이고 에코피스리더십센터(EPLC)에 지원금을 대는 것도 나와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생리대 물질 시험은 국제표준기구(ISO) 분석방법으로 한 것"이라며 "식약처에서 원한다면 한국분석과학회 주관하에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마지막에서는 참여자들이 생리대를 몸에 붙이고 죽은 듯 일제히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앞서 4일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팀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에 사용된 일회용 생리대 제품명을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릴리안순수한면 울트라 슈퍼가드 중형, 좋은느낌 울트라 중형 날개형, 쏘피 바디피트 울트라슬림 날개형 중형, 위스퍼 보송보송 케어 울트라 중형, 쏘피 귀애랑 등 중형 제품 5종과 릴리안 팬티라이너 베이비파우더향, 릴리안 팬티라이너 로즈향, 좋은느낌 팬티라이너 좋은순면, 화이트애니데이 팬티라이너 로즈마리향, 화이트 애니데이 일반팬티라이너 등 팬티라이너 5종 등 총 10개 제품이다.

식약처가 실명을 공개하자 소비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회사원 이모(31·여)씨는 "조사 대상 제품 모두 유해물질이 나왔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식약처는 브리핑에서 "제품명 추측이 난무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검출량·유해성 논란이 계속돼 제조사 동의를 얻어 제품명을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조사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설명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에 대한 1차 전수 조사 결과를 이달 안에 발표하기로 했으며, 다른 휘발성 유기화합물 76종에 대한 2차 전수 조사 결과도 곧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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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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