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압박' 블라디 구상 밝힐까...文 동방경제포럼 퍼포먼스 3대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중대 국면을 맞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6일 출국한다. 50여 개국에서 4000여명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밝힐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출국...기조연설서 전세계 상대로 대북 메시지 발신 #푸틴과 정상회담...새 안보리 결의 '공감대' 마련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7.9.5. 청사단 한겨레 김경호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7.9.5. 청사단 한겨레 김경호

①글로벌 무대에서 두 번째로 밝히는 대북 기조=동방경제포럼은 문 대통령이 취임 뒤 두 번째로 참석하는 정상급 다자 외교 행사다. 첫 번째는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였는데, 상황은 묘하게 비슷하다. 북한이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했고, 문 대통령은 이틀 뒤인 6일 독일 쾨르버재단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화성-14형 발사는 중대 도발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대화에 방점을 찍은 기존 연설의 내용을 거의 수정하지 않은 채 발표했다. 여기엔 남북접촉 등 대북제안이 담겼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나흘 뒤인 오는 7일 전 세계를 상대로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를 갖는다.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다. 이번 포럼에는 북한에서도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을 보낸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류가 베를린 구상 발표 때와는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는 남·북·러 경제협력에 대한 북한의 호응 촉구 등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방향은 수정될 것이라고 한다. “베를린 구상 두 달 만에 문 대통령이 밝힐 ‘블라디보스토크 구상’에는 기존의 대화보다는 압박에 방점을 찍은 강한 메시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가 소식통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다음달 14~20일 나토 접경 지역에서 10만 명이 참가하는 ‘자파드 2017’ 훈련을 벌일 예정이어서 서방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다음달 14~20일 나토 접경 지역에서 10만 명이 참가하는 ‘자파드 2017’ 훈련을 벌일 예정이어서 서방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AP=연합뉴스]

②‘스트롱맨’ 푸틴 상대로 안보리 제재 공감대 확보하나=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6일 한·러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 때문에 한·러 정상회담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상황과 관련한 정보교환에 대한 논의가 제일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북핵 접근법에 대한 공감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 지다. 두 정상은 4일 밤 통화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양국의 공식 발표는 묘하게 차이가 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추가적 유엔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은 오로지 대화 재개와 광범위한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만 했다. 추가 제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4일 밤(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바실리 네벤샤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지금까지 북핵 관련 상황이 발전한 것은 제재만 가하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문제를 풀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하는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11일 새 결의 채택을 목표로 이미 중국과 협의에 들어갔다. 그 전에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범 서구권 정상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을, 한·일이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제재 도출에 있어 협력을 이끌어내는 ‘1대1 전담 마크’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③신북방정책 지지 확보하나=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신정부의 외교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인 신북방정책에 대한 비전도 밝힐 계획이다.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극동 지역 개발 협력에 대한 의지 피력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 전체와의 연계성 강화 필요성을 기조연설 등에서 강조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할트마긴 바트톨가 몽골 대통령과 취임 뒤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증진 및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잡혀 있다.

남관표 2차장은 “남·북·러 협력이 북핵 문제 때문에 진전이 안되고 있는데, 북한은 일단 논외로 해놓고 한·러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