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솔향으로 담배 시작한 사람 끊기 더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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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가향담배인 '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제품. 필터의 캡슐을 터뜨리면 멘톨향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적인 가향담배인 '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제품. 필터의 캡슐을 터뜨리면 멘톨향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한국필립모리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사람은 일반담배로 시도한 사람보다 현재 흡연자일 확률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향담배는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 대신 멘톨·바닐린·계피 같은 향과 맛이 나도록 한 제품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말보로 아이스블라스트’‘팔리아멘트 하이브리드’‘레종 썬프레소’ 같이 필터에 캡슐 형태로 멘톨 등 향을 첨가한 캡슐 담배가 있다.

가향담배가 일반담배보다 흡연 유인효과 높아 #향으로 호기심 자극하고 목넘김 부드러운 탓 #질병본부 '가향담배의 흡연 영향 효과'발표 #여성·흡연시작 연령층 사용률 높아 #미국·유럽 등 세계적으로 가향 물질 규제 #국내서도 내년 규제범위 만들어 입법 추진

질병관리본부는 13~39세 9063명 대상으로 '가향담배가 흡연 시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4일 발표했다. 가향담배는 맛·향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해 쉽게 흡연을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가향담배의 흡연 유인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입증됐지만, 국내에서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연구결과 13~39세의 젊은 흡연자 중 65%는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층과 여성이 가향담배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가향담배 사용률은 여성(73%)이 남성(58%)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남성은 13~18세(68.3%), 여성은 19~24세(82.7%)에서 사용률이 높았다.

가향담배로 한두 모금을 피우며 흡연을 시도한 경우에는 일반담배보다 현재 흡연자일 확률은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향담배가 흡연을 지속하게 하는 이유로는 담배 맛을 좋게 하고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흡연경험자의 70% 이상은 담배제품의 향에 이끌려 흡연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이유로는 향이 마음에 들고 기침이나 목의 이물감 같은 불편함이 없으며 냄새를 없애주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처음 흡연을 시도할 때 일반 담배 연기의 불편한 자극은 흡연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반면 가향담배는 이런 자극을 숨기기 때문에 흡연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줬다.

가향담배 흡연자 중 ‘가향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응답한 사람(50%)은 비흡연자(73%)·일반담배 흡연자(54%)보다 낮았다. 특히 청소년(13~18세) 가향담배 흡연자는 ‘가향담배 흡연자가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친구가 더 많다’며 가향담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멘톨(박하)은 담배에 첨가되는 대표적인 가향 성분이다.[중앙포토]

멘톨(박하)은 담배에 첨가되는 대표적인 가향 성분이다.[중앙포토]

이같은 가향담배의 흡연 유인효과때문에 세계적으로 가향물질을 담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추세다. 브라질은 2012년 세계최초로 담배에 멘톨을 포함한 모든 가향물질을 금지했다. 미국은 2009년 멘톨을 제외한 가향물질 사용을 금지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4월부터 미국 내 최초로 멘톨을 포함한 모든 가향·전자 담배 판매를 금지한다.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담배에 향을 첨가하기 위한 캡슐 사용을 금지했다.

커피향은 대표적인 가향성분이다.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4월부터 미국 내 최초로 커피향 등 모든 가향·전자 담배 판매를 금지한다. [중앙포토]

커피향은 대표적인 가향성분이다.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4월부터 미국 내 최초로 커피향 등 모든 가향·전자 담배 판매를 금지한다. [중앙포토]

국내에서도 담배의 가향물질을 규제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임숙영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기획재정부와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가향 물질 규제범위 등을 만들어 내년에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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