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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핵폭주, 트럼프를 시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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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핵실험에 앞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 넷째)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며 수소탄 개발을 주장하는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장구 형태의 핵폭발장치로 보이는 물체가 있다. 왼쪽 위엔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쓰인 도면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핵실험에 앞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 넷째)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며 수소탄 개발을 주장하는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장구 형태의 핵폭발장치로 보이는 물체가 있다. 왼쪽 위엔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쓰인 도면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3일 문재인·도널드 트럼프 체제 출범 이후 첫 번째 핵실험이자 도합 여섯 번째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 6차 핵실험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 성공” 주장 #트럼프 “북한은 깡패국가 ­… 한국의 대북 유화책 효과 없어” #문 대통령 “최고 응징방안 강구” … 한반도 정세 예측불허

9월 첫 주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에서 북한이 누른 6차 핵실험 버튼은 한·미 모두를 향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겠다는 통첩이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풍계리에서의 핵실험 후 3시간 뒤 발표한 성명에서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ICBM에 장착할 핵탄두, 그것도 수소탄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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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은 (북한을) 도우려 노력하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에 엄청난 위협이자 당혹감을 안기는 깡패 국가(Rogue Nation)가 됐다”며 “한국은 대북 유화적 대화가 효과가 없음을 깨닫고 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대화 중시 정책에 대한 반대를 담고 있는 표현이었다. “북한은 화염(fire)과 분노(fury)에 직면하게 될 것”(지난달 8일)이라며 군사옵션 가능성까지 열어 놨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대화 무용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예측 불허로 향하고 있다.

핵융합 연쇄반응을 통한 수소폭탄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원자폭탄보다 수백 배 이상 강한 폭발력을 지닌 무기다. 실제 군 당국 등은 이번 핵실험 폭발력을 50~160㏏으로 추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폭발력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진 핵폭탄(21㏏)의 최소 2.5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핵의 레드라인과 관련해 “ICBM을 완성하고, 그것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김정은이 이날 밟았고, 조만간 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는 “어차피 군사옵션은 못 쓸 것 아니냐”는 대담한 비웃음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은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양국의 ‘대화와 압박 병행’ 기조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핵·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면서, 비가역적으로 포기하고 고립시킬 유엔 안보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라”고도 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NSC에서는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의 전개안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의 핵실험은 핵무기를 완성한 뒤 동등한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비핵화협상이 아니라 ‘군축협상’을 하겠다는 전략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파키스탄이 1998년 5월 28일과 30일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한 뒤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묵인받았던 전례를 노리고 있다.

서울=채병건 기자,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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