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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능력, 소형화 완성단계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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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함에 따라 핵무기 보유가 초읽기에 접어 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기존의 핵 보유국들은 첫 번째 핵실험을 한 뒤 2년에서 6~7년 뒤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했다”며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뒤 11년이 됐고, 그동안 실시한 핵실험으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장대로 핵탄두를 ICBM미사일에 장착할 수준까지 소형화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이 소형 핵탄두를 살펴보는 모습을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노동신문]

북한은 지난해 3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이 소형 핵탄두를 살펴보는 모습을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노동신문]

핵무기를 만드는데는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물질과 기폭장치, 운반수단(미사일) 등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요소들을 갖춰가고 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영변의 핵단지 등에서 폐연료봉에서 추출한 50여㎏의 플루토늄과 자연상태의 우라늄을 무기급(순도 94%이상)으로 농축한 HEU 등 750여㎏의 핵물질을 보유해 50개 안팎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대, 평양이과대학 출신들의 과학자들을 옛 소련 드브나 연구소에 유학시키면서 핵과 관련한 기술을 축적해 왔다. 현재 핵무기 제조와 관련한 인력이 3000여명이고, 그 중 200여명이 핵무기 제조에 투입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또 80년대 영변에 핵원자로와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 등을 갖춰 플루토늄을 생산해 왔다. 최근에는 북한 지역 수 곳에 건설한 우라늄 정련공장과 농축시설을 통해 HEU를 지속적으로 생산중이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최근 수년간 우라늄 농축시설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고 평가했다. 플루토늄 외에 핵무기 제조를 위한 HEU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90년대 초반부터 100여 차례가 넘는 기폭장치 실험을 통해 이 기술도 일정부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탄두에 장착된 핵물질이 핵반응을 하려면 수 천분의 1초 안에 기폭장치가 작동을 해야 한다”며 “그동안 기폭장치 실험과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한 것을 고려하면 당장이라도 핵무기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항공기나 미사일 등 핵탄두 운반 수단 역시 위협적이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처럼 항공기를 통한 핵무기 투하는 이미 고전적이다. 항공기로 투하를 시도할 경우 사전에 한미 정보자산으로 포착해 공격을 통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만 미사일을 활용할 경우가 문제다. 북한이 최근 다양한 미사일 발사 실험도 핵무기 탑재 가능성을 실험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북한이 미사일에 장착할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느냐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핵탄두 무게는 미사일 사거리와 반비례 한다”며 “북한이 한국을 핵탄두로 공격하려면 수백㎞를 날려야 하는데 핵탄두 소형화에도 어느 정도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핵무기 관련 연구소를 찾아 “합리적인 구조로 설계제작된 핵탄두가 정말 대단하다”며 “핵탄을 경량화하여 탄도로케트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는데 이것이 진짜 핵억제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러볼’로 불리는 핵폭발장치 사진과 핵탄두 설계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에 나온 미러볼의 진위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북한이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하는 동안 다양한 핵물질과 방법을 동원했다는 점은 한미 정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1차(2006년)와 2차(2009년) 핵실험은 플루토늄으로, 3차(2013년)때는 HEU으로 핵실험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4차와 5차 핵실험은 플루토늄이나 HEU에 삼중수소와 리튬-6결합해 폭발력을 증대시킨 증폭핵분열탄의 일종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 당국자는 “5차 핵실험 직후 북한은 수소폭탄(핵융합탄) 실험이라고 주장했으나 폭발규모 등을 고려했을땐 그정도 위력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북한이 여러 종류의 핵실험을 했다는 점은 다양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고, 이번 핵실험을 핵무기 완성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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