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과학자들의 정보방 '코센' 매니어 곽지혜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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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과학기술인들 사이에선 '코센 중독'이란 말이 있어요. 그만큼 한번 재미 들리면 빠져나오기 힘들단 얘기죠.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올 초 코센(KOSEN) 우수 활용사례 공모전에서 입상한 일본물질재료연구기강(NIMS) 연구원 곽지혜(32.여.사진)박사.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코센의 덕이 컸다"고 말했다. 코센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한국 과학기술인들의 효과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1999년 개설한 온라인 정보공유방(www.kosen21.org)이다. 각종 과학기술계 소식부터 구인.구직정보 등을 제공하며 연구에 필요한 논문 자료도 이곳을 통해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다. 국내 연구자뿐 아니라 기업인, 해외 거주 유학생이나 교포들까지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곽 박사는 2001년 프랑스 유학 당시 재불 과학자협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우연히 코센을 알게 됐다. 지인들과 이런 저런 소식을 나누기 위해 코센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답답해질 정도로 '중독'됐다고 했다. 비슷한 처지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에 푹 빠져든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코세니아'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날 보고서 작성을 위해 다른 나라의 논문 7편을 급하게 참고할 일이 생겼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코센의 '자료요청방(INFO ON DEMAND)'에 사정을 알렸더니 불과 몇시간 만에 모든 논문이 첨부돼 날아왔습니다." 이런 일이 몇번 이어지자 곽 박사는 단숨에 다른 연구원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미국.일본 유학생들조차 그의 자료 검색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적지 않은 '온라인 친구'들도 생겼다.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친해진 일본 도호쿠대학의 김기현 교수가 자신의 연구분야와 같은 '강자성체 박막재료' 전공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뒤 메일을 통해 수시로 자문하고 아예 연구재료 샘플을 우편으로 보내 검토를 부탁하기도 했다. 곽 박사의 연구에 절대적인 도움이 됐던 것은 물론이다. 곽 박사는 "코센을 통해 연구성과와 사람 모두를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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