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포항어선 전복사고 선주·선장 수사 본격화…"과적 여부 집중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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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방파제에서 해경 직원과 잠수사 등이 뒤집힌 어선 803광제호의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방파제에서 해경 직원과 잠수사 등이 뒤집힌 어선 803광제호의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경북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통발 어선이 전복돼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사고와 관련, 해경이 사고 어선의 선장과 선주의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 전복된 광제호, 현재까지 4명 사망·2명 실종 #해경, "선장과 선주 불러 과적 등 과실 여부 수사할 것" #어선위치추적장치 관련 어선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파악 #지난달 31일 포항구항에서 전복된 태성호, 1명 추가 사망 #

포항해양경찰서는 1일 "이르면 2일(내일) 사고 어선에서 구조된 선장을 불러 사고 어선에 그물 등이 과하게 실렸는지, 배가 전복된 이후 탈출 과정에서 적정한 조처를 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고 어선의 선주에 대해서도 배나 배의 장치가 고장 나 고쳐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경은 조사 후 과실이 드러난다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4시 30분쯤 포항시 구룡포에서 북동쪽으로 37㎞ 떨어진 지점에서 27t급 통발 어선(제803광제호)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선원 9명 가운데 선장 김모(58)씨 등 3명이 구조되고 4명이 사망했다. 나머지 2명은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 남방파제에서 해경이 803광제호를 크레인으로 뒤집어 물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 남방파제에서 해경이 803광제호를 크레인으로 뒤집어 물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경은 배에 그물 등 어구를 과다하게 실어 높은 파도에 배가 복원력을 잃고 그대로 뒤집힌 건 아닌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배 아래보다 배 위에 짐에 과하게 실리면 배가 휘청했을 경우 그대로 뒤집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달 31일 사건 브리핑을 통해 해경은 광제호가 이날 대게 잡이 첫 출항이어서 바다에 던져 놓아둘 그물을 가득 실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게 잡이는 처음에 그물을 싣고 가서 던져두고 다음번 출항 때 다시 걷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7t 광제호는 사고당시 배 무게와 비슷한 규모의 적재물(28.77t)을 실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에 따르면 화물선의 경우 일정 무게 이상 싣지말라는 규정이 있지만, 어선은 없다. 해경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공조해 광제호에 있는 기름·얼음·중량 등 무게가 복원력을 상실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또 사고 당시 선장이 어선위치발신장치 시스템의 SOS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선장과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광제호에는 V-PASS(자동위치발신장치)와 VHF-DSC(초단파대 무선전화설비), AIS(선박확인시스템) 세 가지 어선위치발신장치가 모두 있었다. 어선위치발신장치는 배의 위치를 해경에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AIS를 제외한 V-PASS와 VHF-DSC에는 S0S버튼이 있어 조난시 누르면 해경에 바로 구조 요청이 들어간다.

해경은 사고 당시 V-PASS를 제외한 두 가지 장치가 정상작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1~2분 만에 배가 뒤집히면서 선장이 미처 VHF-DSC의 구조요청 버튼을 누르지는 못한 것 같다고 해경은 밝혔다. 선장은 배가 전복될 당시 선원들이 자고 있었던 선 내에 울리는 비상벨만 눌렀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해경 관계자는 "선장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여서 아직 제대로 진술을 듣지 못했지만, 상황이 다급해 구조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 같다"며 "다만 정상 작동 중이던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있었기에 선장이나 선주가 어선법을 위반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선법에는 선원의 생명줄인 V-PASS(자동위치발신장치)와 VHF-DSC(초단파대 무선전화설비), AIS(선박확인시스템) 3개의 어선위치발신장치 가운데 하나 이상만 작동하면 출항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 찾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믿기지가 않는다. 조금 있으면 돌아올 것 같은데"라며 먼 바다를 보여 눈시울을 붉혔다. 해경은 남은 광제호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해 1일 헬기 2대와 경비함정 4척을 동원해 이날 오전 5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내린 사고 해역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은 1일 오전 9시20분쯤 포항해양경찰서 지역구조본부를 찾아 실종자 수색 상황 및 사고 관련 대책을 청취하고 “내 가족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수색에 철저를 기하라”며 “사고 예방에도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포항해양경찰서]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은 1일 오전 9시20분쯤 포항해양경찰서 지역구조본부를 찾아 실종자 수색 상황 및 사고 관련 대책을 청취하고 “내 가족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수색에 철저를 기하라”며 “사고 예방에도 주력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포항해양경찰서]

한편 포항에서는 지난달 30~31일 두 건의 어선전복사고가 발생해 현재까지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지난달 30일 광제호가 전복된지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오전 4시42분 포항구항에서 출항하던 어선 태성호가 입항하던 배와 충돌했다. 태성호 선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바다에 빠진 3명 중 2명을 경비함정에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모두 사망했다. 나머지 1명은 이날 오전 8시 포항구항 쌍용부두에서 약 120m 떨어진 수중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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