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이익만 보고 빠져선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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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국회 문광위가 주최한 한류 공청회에서 베트남 티엔퐁지의 부란아잉 기자(右) 등 외국인들이 한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지적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편당 750달러(약 75만원)였던 한국 드라마 가격이 1만5000달러(약 1500만원)까지 올랐다."(대만 인스레아사 리지젠 사장)

"계속 사랑받는 스타를 키우기보다 단기간에 이익을 보고 빠지는 경우가 많다."(일본 오리콘사운드사 고이케 고 사장)

20일 국회 문광위가 개최한 '한류 국제 공청회'에서는 동아시아 한류 열풍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공청회에는 리 사장과 고이케 사장 외에 베트남 티엔퐁지의 부란아잉 기자 등이 참석했다.

부란아잉 기자는 "최근 베트남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너무 많이 방송돼 지루할 지경"이라면서 "학교 폭력 장면이나 주인공이 암.백혈병 등으로 죽는 장면이 많아 시청자들에게 '한국 사회가 실제로 저럴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에서 온라인게임 배급업체를 운영하는 리 사장은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이 가장 성장하는 시기"라며 "이럴 때일수록 겸손해야 하며 해외 파트너를 '쓰고 버리는' 존재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리 사장은 "한류가 '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전 세계에 우호적인 협력업체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본의 고이케 사장은 "일본의 한 방송국이 한국 드라마 전문 방영 시간을 편성했다가 시청률이 너무 엉망이어서 금방 폐지한 예가 있다"면서 "한국 작품이라고 덮어 놓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좋은 작품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류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부란아잉 기자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오르면 바로 한국 상품 선호도가 높아진다"며 "한국 상품만 파는 가게도 생겼다"고 했다. 고이케 사장은 "'겨울연가' 이후 한국 드라마를 일본어로 더빙하지 않고 자막 처리만 해도 일본인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새 현상"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민간 차원에서만 거론되던 말들을 공론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원기 국회의장은 "한류는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이 돼야 한다"며 "상대국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 게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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