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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허리케인 피해 복구 돕겠다”… 국경 장벽 세우겠다던 트럼프 반응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미국에 멕시코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미국은 이 제안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소 멕시코 외무장관(왼쪽)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카소 멕시코 외무장관(왼쪽)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루이스 비데가라이 카소 멕시코 외무장관은 이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돕기 위해 왔고, 미국과 멕시코는 이웃이며 친구다. 도움을 주는 것은 친구가 마땅히 할 일”이라며 광범위한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텍사스주 시민들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멕시코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을 뿐 이 지원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WP는 미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대해 “멕시코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어색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을 만들겠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불편할 것”이란 얘기다.

대선 기간 때부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트럼프는 최근에도 “멕시코는 세계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장벽을 반드시 세울 것이고, 멕시코는 어떤 방식으로든 건설 비용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멕시코 측은 장벽 건설에 비용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온 물폭탄으로 물에잠긴 미 텍사스 주 휴스턴 도심을 걸어서 탈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온 물폭탄으로 물에잠긴 미 텍사스 주 휴스턴 도심을 걸어서 탈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허리케인 하비로 미국 텍사스주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하비로 미국 텍사스주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AP=연합뉴스]

WP는 “(미 국무부의 이런 반응에도) 현재 그레그 애버트 텍사스 주지사와 연방재난관리청은 멕시코의 원조 제공에 대한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텍사스의 홍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구호 용품과 장비, 인력 등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이웃 국가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하게 협력하겠다”면서도 “연방 정부의 자산이 (주민들의) 요청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경우, 연방재난관리청 등과 협력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외국 국가의 지원을 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루이지애나 인근 지역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난 2005년에도 주민들에게 식량 및 의약품을 제공한 바 있다. 당시 일부 멕시코군은 인도적 지원을 위해 몇 주 동안 미국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이후 국경 장벽 건설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문제로 미국과 멕시코가 계속 갈등을 겪어온 터라, 이번에는 멕시코가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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