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사 6개월 못한 롯데마트 “긴급자금 다시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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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중국 롯데마트의 추가 운영자금 마련에 나섰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에 따른 롯데마트 영업정지가 장기화하면서다. 지난 3월 롯데는 출자와 차입으로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운영자금 3600억원을 투입했지만 6개월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1차 긴급 자금 3600억원 6개월만에 소진 #중국법인 현지에서 2차 자금 투입 곧 시작 #이마트는 이미 중국 포기하고 철수 시작 #아모레퍼시픽 저조한 실적으로 '울상'

30일 롯데에 따르면 이번엔 홍콩 롯데쇼핑 홀딩스가 직접 중국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중국 롯데마트의 2차 운영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액과 금리의 세부 조건은 31일께 정해질 예정이다. 홍콩 롯데쇼핑 홀딩스는 중국 롯데마트 법인과 중국 롯데백화점 법인을 소유하는 중간지주사다. 지금까지 투입한 긴급 운영자금을 포함해 롯데마트가 3~8월 입은 피해액만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경우 연말까지 피해액은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112개 점포 가운데 74곳은 영업정지 상태다. 정지 이유는 소방법 위반 등으로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점포 중 13곳은 장사가 불가능해 임시휴업(자발적 휴업)에 들어갔다. 장사하지 않아도 운영자금은 계속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매장 임차료를 고스란히 물어왔다. 또 중국법에 따라 약 1만 명에 달하는 중국 직원은 휴업 중에도 임금의 70~80%를 받는다. 영업하는 점포 25곳도 불매 운동 영향으로 매출이 사드 이전의 70~80% 수준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장기 영업정지 등으로 중국 롯데 마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10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2840억원)의 7% 남짓이다. 바로 직전 분기(2260억원)와 비교해도 10분의 1로 떨어졌다.

당분간 한·중 관계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가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는 여전히 “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대로 버텨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도 변화가 없으면 사업 축소와 시설 매각, 긴축운영으로 사업 재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롯데 마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플랜이 세워진 것은 아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일부 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홍콩 롯데쇼핑 홀딩스가 중국 법인을 소유하는 형태라 우리측이 완전 철수를 결정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롯데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중국 롯데마트에 집착하는 것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롯데 계열사 때문이다. 롯데 측은 마트가 철수하면 20여개 계열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연쇄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본다. 마트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그룹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 외에도 중국에 진출한 다른 업체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1997년 중국에 1호 점포를 내고 한때 매장을 30개까지 확대했던 이마트는 지난 5월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20년간 적자가 누적된데다, 사드 보복이 겹치면서 중국 이마트 매장의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이마트는 연말까지 중국에 남은 6개 매장을 모두 정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마트는 중국 시장에 대한 꿈을 접고 대신 몽골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시장 성장의 열매를 그간 톡톡히 누린 아모레퍼시픽도 사드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250억원, 101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여파에도 중국에서 이니스프리와 설화수 매장을 확대하면서 투자를 계속해 왔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사가던 화장품 매출이 줄어든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 초코파이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리온은 초반에 타격을 입었다가 최근 정상으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측의 보복 직후인 3~4월엔 매출액이 급감했지만 지난달에는 전년 대비 약 90% 수준까지 회복했다. 중국 마트 체인들이 진열대에서 한국 식료품을 빼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행태의 보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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