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도 노사분규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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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외국계 기업들이 노조의 장기 파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노조에 대한 경영진의 대항권 가운데 최후 수단이라 할 수 있는 직장폐쇄를 실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직장폐쇄를 한 기업은 36개며, 이중 7곳이 외국계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파업과 직장폐쇄는 노사 모두에게 상처뿐"이라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과 매출.수익을, 종업원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노사 모두에게 상처만=25일부터 서울사무소를 폐쇄한 한국네슬레는 충북 청주공장의 50일간 파업 등으로 이미 80억원 가량의 생산.영업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또 청주에서 생산돼 주변국으로 수출하던 물량의 상당부분을 일본에서 조달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본사 차원에서 사실상 철수라고 볼 수 있는 청주공장 폐쇄도 검토할 수 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네슬레의 이삼휘 사장은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은 회사를 어렵게 만들어 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강경한 노조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계 기업인 한국오웬스코닝도 노조의 경영권 참여와 임금 인상 요구에 맞서 경북 김천공장에서 직장폐쇄를 한 끝에 노사분규가 마무리됐다. 한달 보름간의 파업으로 회사와 근로자 모두 큰 곤욕을 치렀다.

◆노사 신뢰가 관건=장기 파업과 직장폐쇄는 가뜩이나 정서의 차이가 있는 외국계 기업의 경영자와 근로자들 간에 불신의 골을 깊게 파는 후유증 또한 크다.

최근 20여일간 파업과 이틀간의 직장폐쇄를 경험한 KOC㈜도 그런 케이스. 이 회사 김종영 관리부장은 "노조가 붙인 벽보 내용 중에 붉은 글씨로 '적들은 인식 못한다'는 격한 문구가 있었는데 일본 본사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본사는 이후 노조에 대해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는 것.

반면 노사 간 신뢰를 쌓은 기업에서는 극렬한 분규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영정보를 노조원에게 전부 공개하는 볼보기계건설코리아가 대표적인 예다.

또 5백여명의 직원이 지난해 1천8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코리아의 경우 4개 회사가 합병해 안산 반월공단에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3년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 김진호 사장은 "노조를 회사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동료이자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화합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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