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편 둘러싼 복잡한 셈법... 국민의당 정의당은 적극적, 민주당 한국당은 보수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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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하며 각 정당의 동상이몽도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원혜영 정개특위 위원장은 24일 "개헌 논의의 초점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는데 맞춰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전제돼야 하는 게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해 연내에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각 정당의 후보들이 비례대표제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했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지난 6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헌에 따라 맞는 선거구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소수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적인 데 반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등 거대 정당은 소극적이라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의당은 ‘개헌보다 선거구제 개편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는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고 신임 이정미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에 사활을 걸겠다”고도 했다.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총 의석수를 먼저 정한 뒤 지역구 당선인 수를 뺀 의석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서 정당 지지율이 7.3%였는데 의석은 2%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며 “선거제도만 정상화 되면 정의당은 얼마든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이다. 중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다음 총선때 민주당이 호남에서 선전할 경우 당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바탕에 깔렸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남은 임기동안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다당제의 가치와 중요성을 더욱 확산시키고 이를 제도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선거구제 개편 의사를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현재 지지율대로라면 소선거구제 하에서도 불리할 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두 정당은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입은 경험이 적지 않다. 원혜영 위원장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38% 득표율로 51%의 의석을 얻었고,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40%대 득표율로 과반 의석을 얻었다”고 기억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선거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지지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굳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소수 정당이 강하게 요구하면 논의를 뒷받침할 준비는 돼 있지만 앞장 서서 선거구제 개편을 끌고 나갈 의사는 없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중·대선거구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영남권에서 안정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속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다당제 아래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민주당에 무조건 유리하다. 야당으로서는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하는 개헌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개특위 간사는 “제가 당의 입장을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좀 더 정리를 한 뒤에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이 언급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위원장이 그런 말씀을 한 것을 듣지 못했고, 의제 선정은 간사들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정양석 정개특위 간사는 “소수 정당이고 지역적 기반도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흐름이 있다”며 “차차 당 차원에서 논의를 해 볼 문제”라고 했다. 정 의원은 다만 “영남을 근거지로 한 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할 경우 선거제도 개편안이 정개특위에서 합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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