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허가서엔 3명, 사망자는 4명…폭발 사고 STX조선, 안전 관리 부실 추가 확인

중앙일보

입력

21일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선박 앞에 쌓여 있는 선박용 페인트. 송봉근 기자

21일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선박 앞에 쌓여 있는 선박용 페인트. 송봉근 기자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를 수사 중인 해경 수사본부는 사고 당일 위험작업 신청ㆍ허가서와 다르게 인력이 운용됐다는 점을 23일 추가 확인했다. 안전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점이 드러났다.

STX조선해양에서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쯤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내 잔유(RO) 보관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나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4명이 숨졌다. 해경 수사본부 조사 결과 사고 이틀 전 작성된 위험작업 신청ㆍ허가서를 보면 폭발이 발생한 RO(잔유) 보관 탱크에는 원래 3명이 일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사고 당일에는 원래 RO 탱크와 격벽을 사이에 두고 맞붙은 슬롭(SLOP) 탱크(기름 찌꺼기를 담는 탱크)에서 작업할 예정이던 박모(33ㆍ사망)씨가 허가서와 달리 RO 탱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본부는 숨진 박씨가 당일 오전 작업 시작 전 조모(55)씨에게 RO 탱크에서 일할 것을 지시받은 것으로 보고있다. 조씨는 사내 협력업체 K기업 팀장이자 K기업이 다시 하청을 준 M기업 대표로, 당일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현장 감독 격인 조씨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당일 오전 작업 인원 변경을 지시했다”고 수사본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본부는 지하 3층에서는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반면 유독 1층에서 1명만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도장작업이 보통 2∼3인이 한 조를 이뤄 진행되는 데다 지하 1층에서는 작업 도구로 보이는 장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30분 전쯤 “박씨가 갑판에서 RO 탱크 쪽으로 가는 걸 봤다”는 슬롭 탱크 작업자 진술을 확보한 점 등을 토대로 박씨가 갑판에 나가 있던 경위가 사고와 관계는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또 주변 작업자 진술을 토대로 사망한 작업자들이 당일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안전교육을 하고 작업지시를 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는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지만 사고 당일 선박에서 일하던 작업자 20여명은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안전교육은 탱크 내에서 작업하면서 유독가스가 찰 수 있다는 것과 정전기 발생 위험, 가스 흡입에 따른 조치 등에 관한 것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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