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수비수 겸 미드필더 권경원(25·텐진 취안젠·사진)은 축구계의 ‘신데렐라’로 통한다. 2013년 K리그 전북 현대에 입단했지만 두 시즌 동안 무명 선수로 살았다. 지난 2015년 전북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한 동계전지훈련 기간 현지 클럽 알 아흘리 관계자의 눈에 띄어 갑자기 이적하면서 그의 축구 인생이 바뀌었다.
2013년 전북 입단 뒤 2년간 무명 #UAE·중국 거치며 축구인생 역전 #신태용 “수비수로서 경쟁력 충분”
권경원은 그해 알 아흘리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기여하며 대회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중국 프로 2부리그에서 수퍼리그(1부)로 승격한 텐진 취안젠의 눈에 띄어 중국 리그로 진출했다. 전북에서 알 아흘리로 건너갈 때 300만 달러(약 36억원)였던 이적료는 텐진으로 다시 이적하며 1100만달러(약 132억원)로 치솟았다. 손흥민(25)이 토트넘에 입단할 때 기록한 몸값(380억원)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비싼 몸이 됐다. 전북 입단 당시 3000만원이던 연봉은 4년 만에 120배인 36억원까지 올라갔다.
올시즌을 앞두고 중국 수퍼리그 승격팀 텐진에 이적료 1100만달러, 연봉 300만달러로 이적하며 축구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권경원. 장진영 기자
권경원은 중국에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수퍼리그의 아시안쿼터(외국인 선수 등록 쿼터 중 아시아권 선수에 대해 별도의 한 자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사라져 주전 경쟁에 애를 먹는 가운데도 정규리그 23경기 중 14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중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출전 경기 수가 가장 많다. 명 수비수 출신인 파비오 칸나바로(44·이탈리아) 텐진 감독은 권경원이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 대표팀이 디에고(권경원의 영어 이름)를 왜 이제서야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권경원은 지난 1월 텐진 이적이 확정된 직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끝나기 전에 국가대표팀에서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7개월 만에 신태용호 1기로 대표팀에 승선하게 됐다.
22일 파주에서 만난 권경원은 “대표팀 소집 직후엔 너무 떨려서 정신이 없었는데,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았다”면서 “잠자리도 편하고 밥도 맛있다. (이)동국(38·전북) 형을 비롯한 대표팀 동료들도 편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중국 수퍼리그 승격팀 텐진에 이적료 1100만달러, 연봉 300만달러로 이적해 축구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권경원. 장진영 기자
첫 발탁이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권경원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22일 훈련에서 권경원에게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를 번갈아 맡기며 대표팀 전술 적응력을 점검했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권경원만 따로 그라운드에 남겨두고 전경준(44) 수석코치, 김남일(40)·차두리(37) 코치가 5분 여 동안 ‘특별 과외’도 실시했다. 권경원은 “경기 중 발생하는 몇몇 수비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 방법을 배웠다”면서 “대표팀에 갓 합류한 초짜 선수를 위해 여러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아주시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처음엔 마냥 좋았는데, 점점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은 “권경원은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수비수로서 경쟁력은 충분하다”면서 “전술 적응이나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을 차분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