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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YS, 동물 같은 후각에 이상주의적 면모 … DJ·노무현 남북관계 잘못 설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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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회고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회고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사에서 대통령에 가장 다가갔으나 대통령이 되지 못한 인물 중 한 명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대선에 세 번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1997년 대선 때는 1.6%포인트 차였다.

회고록서 역대 대통령 평가 #박근혜, 대통령 되리라 생각 못 해 #잊힌 야당의 역사도 남기려 집필 #문 대통령의 100일에 대해선 #“간접민주주의가 민주주의 퇴화? #법치주의 반하는 독단적 발언”

그가 1000쪽 분량의 『이회창 회고록』을 냈다.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분들의 역사는 정사, 야사가 되지만 내가 있던 야당의 역사는 완전히 잊힌 역사가 된다. 야당의 역사도 남길 필요가 있다”며 ‘패자(敗者)의 기록’을 남긴 배경을 설명했다.

회고록을 망설였다는데.
“실패한 사람이라 안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 형제들의 책을 보며 달라졌다. 정약용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에서 버려진 역사다. 정약용이 신원(伸冤)되고 그가 쓴 자서전이 나오면서 달라졌다.”
보수 정치인으로서 보수의 길을 말해달라.
“‘정말 신뢰할 수 있고, 포퓰리즘에 좌우되지 않고 우직하게 한길로 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줘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합리적으로 왜 우리가 보수 입장으로 가는지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보수 야당들이 분열됐으나) 결국 큰 선거가 가까우면 통합한다. 자유한국당(107석)도 큰 당이 아니다. 합칠 때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것은 과감히 털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일을 평가하면.
“처음 하는 일이라 어설프고 서툴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본격 평가는 이르나 너무 홍보에 치중하는 게 아닌가 싶다. 100일 했는데 벌써 국정 보고회를 하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원전 등 장기적 국가 정책 같은 것은 즉흥적으로 말하고 나중에 바꾸는 건 안 된다. (문 대통령이) 간접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퇴화시켰다고 했나. 그런 견해는 독단적이다. 촛불집회 등 집단지성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는데 법치주의에 반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평가한다면.
“김정은이 대화 협상에 의해 북핵을 축소하거나 폐기할 것처럼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은 문 대통령이 대화 협상을 꺼낼 때가 아니다. 한·미 동맹은 우리의 울타리다. 문 대통령이 (우리가 아닌) 미국 포격을 기준으로 레드라인이라고 하는 건 부적절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 김영삼·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평가를 담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선 “동물 같은 정치적 후각을 가졌으면서도 약간의 이상주의자적 면모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었다”면서 이후 일련의 충돌 과정을 자세히 기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곤 “DJP 연합으로 탄생한 정권이 대한민국에 과연 무슨 기여를 했느냐.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 이른바 진보·좌파 정권이 잘못된 남북관계 설정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곤 “변방으로 돌며 전두환 전 대통령 청문회에서 보듯이 뛰어난 언변과 돌출적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정치를 해온 것으로 봤다”며 “이런 사람은 대체로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때 민감하게 편승해 부상하는 데 능하다”고 적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원하는 대로 대통령이 됐지만 대통령의 일에 대한 정열과 책임감, 판단력은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고정애·유성운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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