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중의 부자 따라잡기] 숨고르는 글로벌 증시, 저가 매수 노리는 부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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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근 부자들의 투자 모드는 관망에 가깝다. 글로벌 경기 회복 강도가 주춤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들어 자산 가격은 주식, 채권을 가리지 않고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베이지북(미국 중앙은행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경기 동향 보고서)과 경제지표는 생각보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강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특히 2%를 밑도는 물가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회복세와 인플레이션이 자산 가격의 상승을 지속해서 이끌 것이라는 예상에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6~7월 고비로 관망 들어갔지만 #미·일·유럽 경기회복 윈윈현상 #생산·수출 지표도 꾸준히 좋아져 #ELS·해외채권 투자시점 저울질

지난 6~7월을 고비로 자산 가격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언급될 정도로 상반기 내내 오름세를 지속한 글로벌 증시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실제 늘었는지 확인하려는 심리가 커졌다. 회사채와 하이일드(고수익) 채권을 중심으로 한 해외 채권시장에서도 높아진 가격 부담에 추격 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지속적인 경기 회복세가 추가 자산가격 상승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녹록지 않은 경기 흐름이 자산시장의 정체를 유발하고 있다. 6월 이후 변동성이 커진 국제유가도 투자심리의 불안감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렇다면 그동안의 투자패턴이 바뀌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관망 심리가 커지긴 했지만 향후 글로벌 경기와 자산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음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번 경기회복은 ‘공생’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가 간 지역 간 경기회복이 골고루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1980년대 이후 글로벌 경기회복이 1년 반을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된 시기를 보면 대체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지역의 경기방향성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 지역 산업생산의 상관계수가 유의미하게 플러스(산업생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로 돌아서고, 수출물량도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 지역의 경기회복이 다른 지역의 경기회복을 이끄는 소위 ‘윈윈현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세 역시 쉽게 꺾이지 않으리란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둘째, 주요국들의 재고·출하 증가율을 보면 출하가 재고를 앞서는 가운데 이들 지표의 동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이미 회복세를 타고 있으며,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을 크게 앞서는 과열징후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선진국의 투자지표 및 신흥국의 수출지표 개선 등 경기회복 흐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아직까지 물가 상승세는 미진한 양상이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며, 향후에도 유연한 통화정책과 함께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식이나 회사채와 같은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효율성의 획기적인 개선과 그에 따른 경제 및 산업 발전의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는 재료가 여전하다. 미래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위험자산 입장에서는 여전히 양호한 투자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최근 부자들의 관망 모드 역시 잠시 쉬어가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국내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우량주들이 조정을 받을 때마다 이를 저가 매수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형 펀드도 단기간의 주가 급등세를 감안해 타이밍을 보고는 있지만 진입 시기를 꾸준히 저울질 하는 모습이다. 주가연계증권(ELS) 및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하며, 해외 유수 기업 및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과 일부 하이일드 및 이머징 채권에 대해서도 가격조정을 기다리며 투자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편으로 최근의 자산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부자들의 경우에도 투자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자산배분형 펀드나 장기적으로 경기 성장과 궤를 같이 하는 글로벌 리츠 펀드, 고배당 주식 등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며 향후 경기와 자산시장에 대한 기대를 갖는 모습이다.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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