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담임 좀 맡아 주세요”교사 부족해 명퇴교사에게 도움 요청하는 강원도 초등학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사가 부족해 기간제 교사 채용 절차를 밟고 있는 강원 춘천시 동부초등학교. 박진호 기자

교사가 부족해 기간제 교사 채용 절차를 밟고 있는 강원 춘천시 동부초등학교. 박진호 기자

“담임을 맡아 줄 교사가 없어 명예퇴직한 선생님들에게 전화해 부탁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동부초등학교. 한 교사가 명예퇴직한 전직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2학기에 담임을 맡아줄 교사가 부족하다”며 기간제 교사로 근무해 줄 것을 제안했다.

춘천 동부초교 명퇴한 교사에게 전화 걸어 기간제 근무 제안 #강원도 예비 인원 미발령 교사 ‘0’명, 총 53명의 교사 부족 #3년 연속 임용시험 응시자 미달 242명 모집 응시자 140명 #의무발령제 부활, 지역인재 전형, 지역가산점 제도 확대 필요

이 초등학교는 최근 승진 발령과 정년퇴직 등으로 4명의 교사가 휴직하거나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충원된 교사는 1명이 전부다. 이 때문에 1학년과 3학년, 6학년 각 1명씩 총 3명의 담임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도 많지 않다. 이에 학교 측은 명퇴한 전직 교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찾고 있다.

동부초등학교 남정태 교감은 “여러 명에게 연락해 기간제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이 50대 중반에 쉬기 위해 명예퇴직을 한 분들이라 6개월씩 담임을 맡아 근무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교사가 부족해 기간제 교사 채용 절차를 밟고 있는 강원 춘천시 동부초등학교. 박진호 기자

교사가 부족해 기간제 교사 채용 절차를 밟고 있는 강원 춘천시 동부초등학교. 박진호 기자

강원지역 일부 학교들이 2학기 시작을 앞두고 담임을 맡아줄 교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춘천시 퇴계동에 있는 봄내초등학교 역시 3명의 교사가 부족해 최근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냈다. 강릉시 교동에 위치한 교동초등학교도 2명이 부족해 기간제 교사를 구해야 한다.

강원도 전체적으로 보면 춘천은 12개 학교 18명, 원주 15개 학교 16명, 강릉 12개 학교 16명 등 5개 시에서 총 53명의 교사가 부족해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매월 출산과 병가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부족한 교사 수는 앞으로 100여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강원지역 학교들이 교사 부족에 시달리는 건 3년 연속 초등교원 임용시험 응시자가 미달했기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2015학년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자는 338명 모집에 307명, 2016학년도 300명 모집에 211명, 2017학년도 242명 모집에 140명만이 응시했다.

과거 초등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발령을 기다리던 교사가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이같은 신규 교사 부족이 기간제 교사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일 강원도교육청이 미발령 교사 26명을 교사가 부족한 군 단위 지역으로 보내면서 강원지역 미발령 교사는 ‘0’명이 됐다. 390여개의 초등학교가 있는 강원지역은 한 학기 동안 원활한 교사 수급을 위해선 80명가량의 예비 인원이 필요하다.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는 “농촌 지역으로 가길 원하는 신규 교사가 없다 보니 강원도는 교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춘천교대가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있어 학생들이 졸업 후에 강원도에 남지 않고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지역에서 근무했던 교사 박모(34)씨는 “강원도 벽·오지로 발령이 날 경우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면서 “일부 교사들은 자신의 고향이나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 따로 스터디하고, 합격하면 곧바로 사직서를 내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원지역 의원면직 초등교사는 96명이다. 2015년 90명, 2014년 71명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증가 추세다.

매년 교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교육청 전경. [사진 강원도교육청]

매년 교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교육청 전경. [사진 강원도교육청]

이 때문에 강원교육계 안팎에선 지역 교대 출신자들이 해당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정비 및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거 교대 졸업 후 7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던 의무발령제 부활을 비롯해 지역인재 전형, 지역가산점 등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강원도 교육청 강삼영 대변인은 “현재 20% 수준인 지역인재 전형을 50%까지 확대하고 지역 교대 학생이 지역에서 임용고사를 보면 3점인 가산점을 올리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서울 수도권의 경쟁률이 치열해지면 강원도에서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