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비뚫고 민통선 335km 걸은 이인영 의원... 서울시장 복선?

중앙일보

입력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일행은 10일 비를 뚫고 강원도 화천의 산양리에서 철원 사곡리까지 23km를 걸었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일행은 10일 비를 뚫고 강원도 화천의 산양리에서 철원 사곡리까지 23km를 걸었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335km.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부터 13일간 걸은 거리다. 이 의원은 강원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파주 임진각까지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을 도보 횡단했다.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열흘 남짓이었다.

광복절인 15일, 이 의원은 12박 13일의 민통선 걷기를 마쳤다. 임진각에서 열린 ‘2017 민통선 횡단 해단식’에서 이 의원은 “핵과 미사일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들은 핵을 실험하고 미사일을 쏴도 우리는 평화를 쏴야 한다는 생각으로 걸었다”고 했다.

출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 시험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행사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에 이 의원은 “DMZ나 북방한계선이 그렇듯 민통선 내부도 헤어짐과 적대의 멍든 땅이다. 여기부터 만남과 화해로 가는 상징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횡단 도중인 9일 북한이 “괌 주변 포위사격 검토”를, 미국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군사행동을 암시하자 이 의원은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라. 미국은 어떤 형태의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외과수술처럼 문제가 되는 지역을 도려내듯 폭격하는 것)도 한국민의 의지와 배반됨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썼다.

선크림 바르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선크림 바르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이인영 의원이 모자에 아이스크림을 꽂고 걷고 있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이인영 의원이 모자에 아이스크림을 꽂고 걷고 있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폭염주의보, 종일 내리는 비도 횡단의 장애물이었다. 그는 이때 "태양과의 싸움이 아니라 아스팔트 복사열과의 전쟁이 더 무섭다" "종일 비 맞으며 23km를 힘겹게 행군했다"(페이스북)고 기록했다. 해단식도 쉽지 않았다. 당초 15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해단식은 폭우로 인해 한 시간 지연됐다. 장소도 임진각 평화의 종에서 평화 누리 DMZ 생태관광 지원센터로 바뀌었다.

그의 민통선 횡단에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20여명이 며칠씩 동참했다. 국방, 통일, 환경 분야 전문가와 학생도 합류했다. 잠깐씩 드나든 인원을 전부 합치면 100명을 훌쩍 넘긴다. 이들은 매일 저녁 강사를 초청해 ‘노변정담’도 진행됐다. 강만길 고려대 교수의 ‘분단에서 통일로’(역사), 곤충학자 권오석 박사의 ‘남북곤충 들여다보기’(생태), 곽노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의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과학) 등이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금강산가는 길 앞에 서있다. 민간인 출입급지 구역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곧 금강산을 걸어갈 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어야한다"고 썼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금강산가는 길 앞에 서있다. 민간인 출입급지 구역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곧 금강산을 걸어갈 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어야한다"고 썼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일행이 6일 DMZ를 지나고 있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일행이 6일 DMZ를 지나고 있다.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일각에선 이 의원의 민통선 횡단에 대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행보라는 해석도 한다. 이 의원은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영선ㆍ우상호ㆍ민병두 의원 등과 함께 여권 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개헌과 통일문제 등에서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9일 칠성전망대를 찾은 이인영 의원의 방명록.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9일 칠성전망대를 찾은 이인영 의원의 방명록. [이인영 의원 페이스북]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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