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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염과 분노가 세다구?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미는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자신이 이틀전에 했던 "북한이 위협을 계속하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본 적이 없는 힘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란 발언에 대해 “충분히 센 발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틀 만에 북한에 또다시 경고장을 날린 이 발언은 휴가지인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한 국가안보회의 전ㆍ후 두 차례 카메라 앞에서 공개발언을 할 때 나왔다. 그는 '화염과 분노 발언이 북한을 자극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게 강한가"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가운데)이 10일 휴가지인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클럽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가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가운데)이 10일 휴가지인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클럽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가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오랫동안 김정은과 가족들은 처벌을 피해 도망쳐 왔지만 앞으로 그럴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완전히 새로운 게임(This is a whole new ball game)”이라고 대북 정책의 전환도 시사했다.
 트럼프가 이날 쏟아낸 발언을 분석해 보니 8일과는 다른 특징들이 나타났다. 이틀 전엔 1945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파괴의 비(a rain of ruin)’처럼 “화염과 분노, 세상이 보지 못한 힘”으로 은유적 표현으로 핵 공격을 시사했다면 이번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① 괌 도발 땐 김정은 직접 겨냥 경고=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령 괌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위협한 데 대해 “그가 8월 15일 괌에 뭔가 저지른다면 누구도 보지 못한 종류의 사태가 북한에 일어날 것”이라며 “그는 앞으로 괌이든, 미국 본토든, 일본ㆍ한국을 위협하고 다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험 삼아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실로 말하는 것(No, that‘s not a dare, as you say. That is a statement of fact)”이라 거듭 경고했다.

① 北이 괌 도발하면 "김정은 직접 겨냥" #② 대북 선제공격 여부 “말로 안 한다” #③ "김정은 이제 처벌피해 도망못쳐" #④ "중국 할 일 많다.우리 도와라"압박

② 선제공격, “말로 안 한다”=그는 불시의 대북 선제타격도 옵션에 포함돼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선제타격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선제타격에 대해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는 넉 달 뒤에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에 쳐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던 과거 행정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정신을 차리고 똑똑하게 굴어야지 그러지 않을 경우 이 세상 어떤 나라도 경험못한 고통에 빠질 것”이라고도 거듭 경고했다.
③ 대북 새로운 게임 시작됐다=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김정은이 미국에 무례하고 험하게 구는 경우를 가정해 많은 다양한 사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김정은과 가족들은 처벌을 피해 도망쳐 왔지만 앞으로 그럴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선 “물론, 우리는 언제나 협상을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25년 동안 협상을 하고 있는 데 협상에 나섰던 클린턴 정부는 성과가 없었고 오바마는 아예 북한에 대해 얘기하는 것 조차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④ 무역적자 카드로 중국 개입 압박=무역적자 카드를 활용해 중국의 대북 개입을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북한에 대해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과 교역에서 매년 수천억달러를 손해를 보고 있는 데 만약 중국이 우리를 돕는다면 나는 무역적자에 대해선 훨씬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연합뉴스]

재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전쟁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외교를 주장해 메시지 혼선이 있다”고 지적하자 “솔직히 매티스는 내 말보다 한 발 더 나갔지만 메세지 혼선은 없다”고 해명했다. 매티스 장관이 9일 성명에서 “북한은 정권의 종말과 국민을 파멸로 이끌 어떤 도발 고려도 중단하라”고 한 걸 두고서다.
매티스 장관 본인도 10일 시애틀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전쟁의 비극은 ‘재앙적’(catastrophic)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물론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는 게 내 책임이지만 우리는 외교를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노력하는 지점은 의심할 바 없이 외교적 영역이며,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존 코너스, 로 카나 등 민주당 하원의원 60여명은 “대통령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북한 내부 선전에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발언 자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핵확산 방지기관인 플로셰어 재단 조셉 시린시오네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이 상호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어, 오판과 실수때문에 전쟁으로 치닫을 위험도 크다”며 “8월 말 한ㆍ미 군사훈련 기간에 미사일 한 발이 원하지 않는 전쟁을 촉발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국제법적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정당화되려면 ① 북한이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② 공격이 임박했으며 ③ 이를 막을 다른 방법에 없어야 하는 데 북한의 실제 공격 의사나 공격 임박 여부에 대해선 근거가 약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문병주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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