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도 히딩크처럼 역전 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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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이 누구는 40%라고 하고 누구는 20%대라고도 하는데…. '대통령 해먹겠느냐' 이런 말하다가 지지율 10%가 빠졌습니다. 하지만 내 체질은 히딩크 체질입니다. 초장에 물 좀 먹다가 나중에 잘 나가는 체질입니다. 옛날에도 물 많이 먹었습니다. 물 많이 먹어도 끝장을 보는 체질입니다. 잘 할겁니다."(8월 13일 포항의 포스코를 찾아)

25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 그가 최근의 지지도 하락에 털어놓은 소회다. 부임 초기 참패가 이어져 '오대영(5대0)'의 별명을 얻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결국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을 환기시킨 대목도 눈길을 끈다.

역대 대통령 지지도는 그러나 '한국 정치의 히딩크 탄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盧대통령이 40% 내외의 지지도를 보인 취임 6개월 전후 김영삼(金泳三.YS),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지지도는 각각 80%, 60%(한국갤럽 기준)였다.

이랬던 YS와 DJ의 지지도는 퇴임 때는 각각 6.1%, 28.9%로 막을 내렸다. 우리 대통령의 지지도란 집권초 개혁기대감으로 치솟았다 하향 추세로 이어져 '대선 득표율 이하'로 끝났다. YS.DJ는 고정 지지층의 강도에선 盧대통령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그랬다.

YS.DJ의 집권기간 중 대통령의 지지도가 의미 있는 상승세로 선회했던 때는 단 두 차례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DJ는 2000년 4월 총선 당시 37.7%까지 내려갔던 지지도가 6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54.4%의 일시 반등세를 보였다. 물론 각종 게이트가 터지며 정상회담으로 벌충했던 지지도는 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YS의 경우 1995년 말 '역사 바로세우기'를 외치며 5.18 사건과 노태우(盧泰愚).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등을 재판정에 세우자 지지도가 한때 치솟았다. 어지간한 사건이 아닌 경우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도 회복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통령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으뜸 요인은 바로 '측근과 친인척의 부정비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독특한 한국적 정서라고도 한다. 99년 초 63.1%이던 DJ의 지지도는 그해 5월 자신이 "언론의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던 옷로비 사건을 거치며 11월엔 44.3%로 급락했다. YS는 아들 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회복 불능의 결정타를 맞았다.

지금쯤 盧대통령이 형 건평(建平)씨, 측근 이기명(李基明)회장, 양길승(梁吉承) 전 부속실장 사건을 다루며 비춰졌던 스타일을 곰곰이 되새겨 볼 시점인 것이다.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도의 만병통치약은 바로 '경제'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공통적이다. 갈수록 북한 문제에는 무덤덤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히딩크 감독의 관련 저서엔 현 정부에 참고가 될 만한 막판 역전극의 비법들이 등장한다. "연(緣)에 기대지 말고 실력 있는 선수를 골고루 발탁한다"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팀내의 조직력과 화합이 관건이다" "날마다 1%씩 기초체력과 실력을 쌓아가면 최후의 1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훈 청와대 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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