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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까지, 유럽 '살충제 계란' 파동

중앙일보

입력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유럽이 몸살을 앓고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스위스 등 서유럽 전역이 해당된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각 국가의 슈퍼마켓 등에서 해당 성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계란이 회수되고 있고, 네덜란드 등에선 수백만 마리의 닭이 도살 처분됐다.

네덜란드 한 논장에 있는 계란, 인간이 소비하는 동물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이 유럽 전역으로 유통돼 파문이 일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덜란드 한 논장에 있는 계란, 인간이 소비하는 동물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이 유럽 전역으로 유통돼 파문이 일고 있다. AFP=연합뉴스

 문제가 된 계란은 피프로닐 성분이 들어있거나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계란을 말한다. 피프로닐은 일반적으로 벼룩이나 이,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쓰는 성분이다. 실험용 쥐 등에 사용하지만 사람들이 식용으로 소비하는 동물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한국에서는 일부 바퀴벌레 살충제 제품에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해당 성분을 “어느 정도 위험하다"고 규정하면서 많은 양이 인체에 흡수되면 신장이나 간, 갑상선에 위험한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물질을 닭에 사용하면 피부나 깃털에 흡수됐다가 계란에도 남아있을 수 있게 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카이사이트코넨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회견에서 “벨기에와 네덜란드 외에 스웨덴과 스위스는 물론이고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계란은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지난달 20일 벨기에가 EU 집행위에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에 대해 처음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독일과 네덜란드가 자국에서도 발견됐다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벨기에의 슈퍼마켓들이 계란 수백만 개를 매대에서 회수했고, 스웨덴과 스위스의 유통업체들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 농업부는 네덜란드 농장 두 곳에서 수입된 계란 제품 13종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계란은 파리 남서부인 비엔느와메인에르와르 지역에 있는 식품제조 공장 두 곳으로 보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프랑스 북부 파에 칼레 지역의 가금류 농가 역시 감독 대상에 포함됐다. 벨기에의 공급업자로부터 닭을 구입했는데, 공급업자 측이 피프로닐을 사용했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영국 식품기준청은 “긴급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관련된 계란이 극히 소량이어서 공중 보건 상 위험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매년 영국으로 수입되는 달걀의 0.0001%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농업기구인 LTO는 150개 회사에서 30만 마리의 닭이 이미 도살된 데 이어 추가로 수백만 마리의 닭이 도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덜란드 당국은 전체 가금류 농장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38곳을 폐쇄했다. 또 다른 59곳에서 생산된 달걀에도 아이들이 먹어선 안되는 수준의 피프로닐이 함유됐다고 경고했다. 벨기에는 계란의 피프로닐 함유량이 EU 허용치의 10분의 1 이하이긴 하지만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1개 농장에서 계란 생산을 중단토록 했다.
 벨기에 보건 당국이 지난 6월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음을 인지하고도 뒤늦게 집행위에 알린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은 벨기에 측에 왜 즉각 공개하지 않았는지 설명을 요구했다.
 벨기에 식품안전담당기구 측은 당시 한 회사가 피프로닐이 검출돼 문제가 있다고 알려왔지만 EU 기준치 이하였고,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대외 공개를 늦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계란은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파장은 계란을 사용하는 식품의 안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 식품업계 연맹체인 FNLI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의 경우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사용됐더라도 농도가 낮아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네덜란드 식품 감시단체인 ‘푸드와치’는 “피프로닐에 크게 오염된 식품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며 “어떤 식품을 대상으로 피프로닐 검사를 했는지도 불투명하다”고 반발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벨기에가 지난달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 함유 계란 첫 신고 #사람이 많은 양 흡수하면 신장, 간, 갑상선에 위험한 영향 #식용 동물에 사용 금지됐지만 벨기에 농장에서 사용된 듯 #네덜란드 등 계란 회수, 가금류 농장 폐쇄, 닭 수십만 마리 도살 #한국에선 일부 바퀴벌레 살충제에 쓰여, 해당 계란은 수입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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