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꾸로 세계지도' 배포?…알고보니 발상의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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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8일 공개한 '거꾸로 세계지도'. 이 지도는 해수부 홈페이지(mof.go.kr)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 해수부]

해양수산부가 8일 공개한 '거꾸로 세계지도'. 이 지도는 해수부 홈페이지(mof.go.kr)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 해수부]

해양수산부가 '거꾸로 세계지도'를 내놨다. '글로벌 해양강국 도약'이라는 부처의 새 비전과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거꾸로 지도를 통해 의미화하겠다는 취지다.

8일 해수부가 공개한 '거꾸로 세계지도'는 기존의 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크게 달라 보인다. 단순히 기존 지도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위치를 바꿨을 뿐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넓은 태평양이 지도 중심에 펼쳐져 있다.

해수부는 위로 시원하게 뚫린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나라의 해양 정책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정했다.

이 같은 의지는 지난 6월 19일 취임한 김영춘 해수부 장관의 취임식 당시 발언에서도 잘 나타났다.

김 장관은 "기존 틀에서 버거나 바다를 중심으로 배치한 세계지도를 바라보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다에 있다"며 해양수산 분야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같은 달 16일 임명식에서 김 장관에서 해양수산 분야 육성을 당부하며 '거꾸로 세계지도'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거꾸로 세계지도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생각보다 오래전 제작됐다. 197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스튜어트 맥아더가 최초 제작했다. 이어 한국에는 1996년 길광수 박사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제작한 거꾸로 세계지도를 들여왔다.

스튜어드 맥아더(Stuart McArthur) 박사가 1979년 처음으로 제작한 '맥아더 개정 범세계지도'. [사진 국제지도학회(icaci.org) ]

스튜어드 맥아더(Stuart McArthur) 박사가 1979년 처음으로 제작한 '맥아더 개정 범세계지도'. [사진 국제지도학회(icaci.org) ]

사실 북쪽을 위쪽으로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관습이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지구는 무한대 우주에 떠 있기 때문에 위아래 구분이 없다. 단지 북반구의 영토가 넓고, 많은 나라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정설로 굳어진 것이다.

또 서양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오른쪽에 왼쪽에 아메리카 대륙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양식 지도에서는 마치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 구석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지구는 구의 형태이기에 왼쪽과 오른쪽의 개념도 없다. 결과적으로 지도상의 위치는 사실보다는 공간 관계에 따른 묘사다.

이번 해수부의 거꾸로 세계지도에는 새로운 해양영토로 주목받는 남극대륙과 북극해가 자세히 묘사돼 있다. 또 우리나라 해양진출의 성과인 해우 항로 개척, 원양어업기지, 극지 항로, 남.북극 과학기지 등이 포현됐다.

제작된 지도 이미지는 해수부 홈페이지(mof.go.kr)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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