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로 연일 열대야를 고통 받는 속에서 ‘에어컨 전원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리 수를 기록하면서 “국가 전력 비상 사태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가 전력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덜어놔도 될 것 같다.
7일 전력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전력 예비율은 24.7%를 기록했다. 전력 예비율은 8월 1일 29.3%를 시작해 지난 6일까지 20%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전력 예비율이란 전국 발전소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 중 사용하지 않은 전력량 비율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예비율은 15%대다. 지난해 8월 8일에는 이 예비율이 7.1%까지 떨어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 명동 거리 등으로 나와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올해 전력 예비율이 남아도는 이유는 뭘까. 원자력 발전기인 신고리 3호기(1.4GW)와 화력 발전기 태안 9호기(1.05GW), 삼척그린 화력 2호기(1.02GW) 등 발전소 18기(약 15GW) 설비가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고리 1호기 등 발전기 5기 폐기로 인해 줄어든 전력량은 2GW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전력난을 호소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측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인호 산업부 2차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 원전 자체만 놓고 볼 때 앞으로 5년간 탈 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2022년까지 수요 대비 전력설비 예비율이 28%에 달하기 때문에 원전 폐쇄에 따른 요금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