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두통·구토 있으면 뇌전이 검사 필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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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24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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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남성 폐암 환자인 김모씨는 1년 전 건강검진에서 폐암이 진단됐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었고 폐에서도 일부 범위에만 종양이 존재해 해당 부위만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정기 진료에서 폐에 남아 있는 종양은 없고 재발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1개월간 평상시에 비해 가끔 두통과 어지러운 증상이 있고 피곤함을 느끼곤 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2주 전부터는 간혹 말이 생각대로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있었고 최근 며칠 새 두통이 심해지고 말수가 적어지다가 구토까지 하게 되자 응급실을 방문했다. 뇌 MRI 결과 왼쪽 전두엽(앞쪽 뇌)에 3.5cm 크기의 전이암이 발견됐다. 응급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고, 종양을 제거한 자리에 감마나이프 장비로 방사선을 쪼이는 치료를 받았으나 아직도 말할 때에는 다소 불편한 상태다.

암환자 20~30% 뇌전이 발생 #폐암·유방암이 특히 전이 잘 돼 #완치 어렵고 진행 빨라 치명적 #영상 검사로 조기 발견이 최선

자료:삼성서울병원

자료:삼성서울병원

전이성 뇌종양은 다른 장기에서 처음 발생한 암, 즉 원발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뇌로 옮겨 와서 진행된 것으로 암환자의 20~30%에서 발생한다. 뇌로 전이가 잘 되는 암은 폐암과 유방암이다. 폐암의 경우 전체 환자 중 30~50%까지 뇌전이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원발암 진단 시에 이미 뇌로 전이되어 있거나, 폐의 병변이 발견되기 전에 신경학적 증상이 먼저 진행해 뇌전이가 먼저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장암·신장암 등 신체 모든 장기의 원발암으로부터 뇌전이가 무시 못할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 전이성 뇌종양은 처음 원발암 진단 시에 뇌전이가 없었고 원발암 부위를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더라도 그 이후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뇌로 전이가 된 암은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고, 진행속도가 빨라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불과 1~2개월 정도밖에 생존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상황일 수 있다. 두통·구토 등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뇌전이의 위치에 따라 반신마비, 언어장애, 시각장애, 뇌전증 등 온갖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서 생존여부와 상관없이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된다. 따라서 전이성 뇌종양 치료의 목적은 일차적으로는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설사 생존기간을 크게 연장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이성 뇌종양은 증상의 진행이 빠르고, MRI 등 영상 검사를 해 보면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뇌는 복잡한 기능 유지를 위해 특별히 보호되는 장기라서 원발암의 치료에 사용되는 많은 항암제들이 뇌에 발생한 전이암까지는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뇌에도 도달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가 도입돼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일반적으로는 전신적인 항암치료와 별도로 국소적인 치료를 한다. 수술, 전뇌방사선치료, 방사선수술이 대표적인 방법들이다.

수술은 보통 전이된 종양 부위가 크고 신경학적 증상이 심할 때 시행한다. 다발성 병변인 경우에는 수술로 모두 제거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전신적으로 쇠약한 암환자에서 전신마취와 수술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전뇌방사선치료는 과거 가장 많이 사용됐던 치료법이다. 뇌 전체에 5~10회에 걸쳐 매일 방사선을 쪼이는 방법으로 쉽고 치료비용도 저렴하다. 하지만 뇌전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므로 정상 뇌기능의 장애가 발생하고, 또한 방사선을 충분히 고선량으로 줄 수 없어서 종양의 재발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이성 뇌종양의 치료에 꼭 필요한 상황들이 아직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이성 뇌종양의 일차적 치료로 권하는 경우는 현저히 줄고 있다.

방사선수술은 최근 전이성 뇌종양의 일차적 치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이 병변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쪼이는 방법이고 대부분 1회로 치료를 완료한다. 수술에 비해 안전하며 전뇌방사선치료에 비하면 뇌기능장애 합병증이 적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처음 치료 이후에 새로 생기는 뇌전이에도 반복적으로 치료 가능한 장점이 있다. 방사선수술이라는 용어보다는 사용되는 여러 장비가 마치 일반명처럼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중 감마나이프는 방사성동위원소 코발트60에서 발생하는 감마선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비다. 현재 치료 결정의 근거로 삼는 임상적 자료의 대부분은 감마나이프를 이용해 치료한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뇌전이의 발생 여부와 시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환자가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뇌 전이가 잘 생긴다고 알려진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사소한 신경학적 증상이나 변화가 있을 때 이를 무시하지 말고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영상 검사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 방사선수술이 보급된 이후에는 암환자에서 뇌전이가 발생하더라도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30% 정도이고, 나머지 70%는 원발암이나 뇌 이외 다른 장기의 전이가 진행해 사망한다. 최근 크게 발전하고 있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로 원발암과 뇌 이외의 다른 장기의 전이암을 조절할 수 있으면, 뇌전이가 발생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생존 기간의 연장과 함께 생존 기간 중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일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장·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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