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에 맥주캔 던진 관중 “내가 바보였다. 지금도 뉘우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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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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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고 있는 김현수(29) 선수에 지난해 10월 맥주캔을 던진 관중이 “내가 바보였다”며 지난날을 후회했다. 캐나다에서 야구 담당 기자로 활동했던 해당 관중은 직업을 잃고 피자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캐나다 현지 매체 CBC는 2일 현지 경찰에서 김현수 선수에 맥주캔을 던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켄 페이건(42)과 인터뷰를 보도했다. 페이건은 2016년 10월 5일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7회 대타 멜빈 업튼 주니어의 뜬공을 잡으려는 김현수에게 맥주캔을 던졌다. 김현수가 맥주캔에 맞지 않았지만, 신체적인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라 경기가 잠시 중단됐었다.

 토론토 경찰은 맥주캔의 투척 방향을 역추적해 찾은 용의자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고, 얼마 뒤 캐나다 현지 매체 포스트 미디어 기자인 켄 페이건(42)을 용의자로 검거했다.

[사진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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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에 따르면 페이건은 8세 때부터 야구에 빠졌다. 운동 신경도 괜찮았지만, 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재능이 있어 기자가 됐다. 페이건은 현지 법원 재판으로 1년 동안 메이저리그 구장 출입금지 처분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페이건은 “내가 바보였다. 지금도 뉘우친다. (야구장에 갈 수 있다고 해도) 그런 기분을 느끼며 9이닝 동안 앉아 있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날 경기 전 아무런 불길한 예감도 없었다고 한다. 기분 좋게 맥주 몇 잔을 마셨을 뿐이다. 취기가 오르긴 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취해 있었는데, 공이 외야 관중석에 있는 내 방향으로 오는 게 아닌가. 흥분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충동적으로 던져버렸다”며 과거를 되돌아봤다.

페이건이 지난해 10월 6일 현지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사진 CBC]

페이건이 지난해 10월 6일 현지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사진 CBC]

 페이건은 “천직으로 알았던 기자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피자 배달을 하면서 마당을 가꾸는 정원사 일도 했다. 올해 3월부터는 산업용 자재 분리수거와 재활용 관련 업무도 맡게 됐다.

 이어 “아무도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며 김현수 선수와 볼티모어 구단, 야구팬들을 향해 “정말 미안하다. 난 다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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